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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문학의 분열 전략과 중층화 연구 / 성현아


연구 주제 소개 및 해설


저의 박사학위논문 「정지용 문학의 분열 전략과 중층화 연구」는 정지용 문학에 나타난 분열 양상에 주목하여 그의 문학관이 초기, 중기, 후기, 해방기까지 내적 통일성을 유지해 왔음을 밝히고자 한 논문입니다. 그간 ‘순수시인’으로 인식되어 왔던 정지용은 미학적 측면이 더욱 주목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현실 인식이 첨예하지 않다는 다소 부당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사상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초기작이나 해방기의 작품 및 행보는 예외로 치부되어 온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적 관행에 문제 제기하며 이 논문에서는 정지용이 특정 이념에 복무하는 문학을 거부하되 사회 현실과 관계하지 않는 문학 또한 강하게 비판하며 분열을 활용해 정치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해 왔음을 논증하였습니다. 이때, 그의 시 작품뿐 아니라 산문과 좌담, 인터뷰, 번역작, 졸업 논문 나아가 새로이 발굴한 작품까지 아울러 분석하여 정지용의 문학사적 의미를 재평가해 보았습니다. 이 논문은 정지용의 작품 세계를 임의로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하려 시도한다는 점과 그가 시만큼이나 중시하여 공을 들였던 산문 작품 및 좌담과 인터뷰, 번역 작품까지 함께 검토한다는 데 새로움이 있습니다. 더하여 기존의 연구사에서 검토될 수 없었던, 새롭게 발굴된 정지용의 작품을 함께 다룬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정지용·임화, 「강한個性가지라」, 『每日新報』󰡕, 1940.12.29, 4면.
정지용·임화, 「강한個性가지라」, 『每日新報』󰡕, 1940.12.29, 4면.

현재까지 새로 발굴된 정지용의 작품은 총 54편이며 다음과 같습니다. 정지용의 최초 발표 시 1편과 산문 32편, 필자 명이 빠져 있으나 맥락상 정지용의 산문일 것으로 추정되는 글 5편, 정지용이 참여한 좌담 5편, 기존 전집에 재수록본이 실렸으나 최초 발표 지면이 확인되지 않았던 산문 11편입니다. 이를 통해 그간 시기별, 사조별, 장르별로 분리되어 왔던 정지용의 작품 세계를 단절 없이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정지용의 문학에 나타난 분열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기까지 이어졌던 검열과 탄압에 대응하는 방식이자 그만의 독특한 창작 전략이었습니다. 이를 검토함으로써 순수시인으로 고정되어 왔던 정지용의 문학사적 의미를 확장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정지용의 문학적 지향을, 연속성을 지닌 것으로 사유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 분야의 최신 동향 및 전망


현재 정지용 문학 연구는 필자가 제기한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하며, 그가 미학성에 치중한 나머지 정치성을 간과했다는 기존의 비판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증적 자료 발굴과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지용이 몸담았던 시문학파, 구인회가 프로문학과 대립되는 단체로 먼저 규정되어 버렸기 때문에 정지용과 그의 작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로 그가 순수시인으로 고정된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한 연구자들이 그의 작품에서 정치성을 배제해 온 관습적 관점을 재조정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로, 김대웅은 사상성이 강한 시편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정지용의 초기시가 정치시로 독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순수로만 이해되었던 그의 미학주의가 현실에 대응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점을 논증하였습니다. 김대웅, 「순수의 곤경과 ‘윤리’의 기원―정지용 초기 일문시 연구」, 『어문론총』󰡕 제82호, 한국문학언어학회, 2019.12, 323~345쪽.


필자의 문제 제기를 정지용의 현실 인식을 재평가해 줄 새로운 연구적 동향으로 인식하고 이에 동의를 표하는 이수정의 경우, 「鄕愁」에 나타난 정지용의 현실 비판적 시각을 재검토하며 정지용의 현실 인식이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다는 문제 제기에 감응하여 작품 외적 요소들을 두루 살피어 정지용 작품을 재독하는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수정, 「정지용의 향수(鄕愁) 다시 읽기―전고(典故)와 문화적 맥락을 중심으로」, 『한국시학연구』󰡕 제76호, 한국시학회, 2023.11, 45~76쪽.

강은진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가톨릭靑年』의 창간을 계기로 벌어진 가톨리시즘 문학 논쟁의 전개 과정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당대의 가톨리시즘이 1930년대 후반기의 낭만주의론 및 휴머니즘론과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며 평가절하되어 왔던 정지용의 종교시를 재평가하고, 나아가 『가톨릭연구』에 연재되다 1934년 3월호까지 번역문을 싣고 중단된 「완덕독본」이 정지용의 번역일 것으로 추정하여 번역 산문을 추가하였습니다. 강은진, 「1930년대 한국 가톨리시즘 문학 논쟁 연구」,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1, 1~180쪽.

김동희의 경우 『서광』󰡕 6호에 수록된 현상문예 당선작 「간열분 우슴」이 정지용의 창작시일 가능성을 규명하였고 김동희, 「「간열분 우슴」(『서광』󰡕, 1920.7)의 저자 규명과 정지용의 등단작 재고(再考)」. 『한국문예비평연구』󰡕 86권,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2025, 219~244쪽.

정민진은 그간 시적 대상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정지용의 시 「유선애상」이 자동차 춘천 여행이라는 실질적인 경험을 토대로 식민지 조선에서 유통된 근대적 규범의 환상과 실체를 드러내는 시임을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논증하였습니다. 정민진, 「1920-1930년대 유선형·자동차에서 드러나는 제국의 표상과 근대의 타자-시대 담론과 문화적 상징물로 해석하는 「유선애상」」, 『여성문학연구』󰡕 65호, 한국여성문학학회. 2025, 72~109쪽.

전세진은 정지용의 시 세 편을 추가로 발굴 및 공개하여 정지용 연구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 전세진, 「새로이 찾은 정지용 시 작품 세 편-「청개고리」, 「먼 레일」, 「배추벌레」」, 『서정시학』󰡕 2022년 가을호, 138~152쪽.

이처럼 정지용 연구는 새로운 자료와 해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갱신되고 있습니다. 정지용의 새로운 작품이 다량 발굴되었고, 이러한 작품을 아울러 논할 수 있는 통합적인 관점을 제시해 본 만큼 정지용과 그의 작품에 대한 연구가 단절과 대립을 극복하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연구 전망 제시


「정지용 문학의 분열 전략과 중층화 연구」는 기존 연구사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던 자료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해석함으로써, 그동안 시기별·사조별·장르별로 분절적으로 이해되어 왔던 정지용의 작품 세계를 단절 없이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정지용 문학의 의의를 재평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계기로, 순수시인으로만 규정되어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부당한 평가를 받아온 정지용의 작품들이 다각도로 조명되고 대중적으로도 더욱 널리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더불어 이 논문은 정지용이 참여했던 좌담과 문인 단체, 종교 단체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어서, 1920년대부터 해방기까지 한국 문학장의 성립 및 발전 과정, 검열과 한국의 작가들이 상호작용하는 양상 등에 대해 폭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필자가 발굴한 자료 중 좌담의 경우 정지용뿐 아니라 한국 현대문학사에 주요한 영향을 끼친 김억, 김기림, 이광수, 김동인, 이태준, 유치진, 임화, 모윤숙, 최정희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개별 작가 연구뿐 아니라 문학장 전반에 대한 연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새롭게 발굴된 작품과 자료들이 학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소개됨으로써, 정지용 문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한국문학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더불어 박사학위논문과 관련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5~10년 동안 해당 논문을 기반으로 정지용 연구를 심화 및 확장할 계획입니다. 실로 정지용이 참여했던 당시의 좌담 전반을 살피고 식민지 시기 진행된 문인 좌담들을 추가로 발굴하여 당대 조선의 문인들이 확립하고자 했던 문학의 정치성을 규명해 보는 연구를 진행하였고, 이를 2025년 3월, 「식민지기 문인 좌담에 나타난 문학의 정치성 연구」라는 제목으로 KCI 등재지 『어문론집』 101집에 게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통념과는 달리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문인들과 카프문학을 지향하는 문인들이 단순히 대립하지 않고 머리를 맞대어 조선문학의 정치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분량상의 한계로 다 다루지 못했던 정지용의 초기시편들을 재해석하는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지용이 학생운동에 가담하여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점에 대해 최근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여, 1920년 휘문고보 개혁운동의 전말과 그 의의를 규명하고 이를 정지용 시편 해석에 참조하였습니다. 해당 연구 성과를 2025년 한국리터러시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수정 및 보완하여 「휘문고보 개혁운동을 바탕으로 한 정지용의 「카페 프란스」 재해석」이라는 제목으로 『리터러시 연구』󰡕 16권 5호에 게재하였습니다. 1920년 휘문고보 개혁운동은 표면적으로는 학내 문제 개선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1919년 3·1운동의 여파로 발발한 학생운동으로, 민족 차별적인 교육과 교주 민영휘의 독선적 운영에 항거하는 민족저항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음을 밝혀 보았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토대로, 학교 개혁을 주장하다 무기정학을 당했던 정지용이, 휘문고보의 교비 장학생으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 아이러니한 처지에 대한 혼란한 감정을 「카페 프란스」에 반영했음을 논증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추가로 검토한바, 정지용과 관련한 실증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 그의 문학적 실천과 당대 문학장의 정치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문학의 미학성과 정치성이 상호 대립한다는 관습적 이해를 재검토하고, 서구 이론을 기계적으로 한국문학 작품에 이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선 문학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먼저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문학을 보다 풍부하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전환되도록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정지용 연구를 구심점으로 삼아 식민지기 문학장의 구조와 당대 작가들의 교류 및 대응 방식을 두루 조망하여 한국 근현대문학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지속적으로 기여하고자 합니다.


성현아(2025 우수 박사학위논문 출판지원사업 선정자,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빙교수)
성현아(2025 우수 박사학위논문 출판지원사업 선정자,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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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한국연구> 편집위원

이영준 (한국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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