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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공화국의 민낯, 내몰린 삶과 단절된 죽음 / 강부원
최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공동 발표한 ‘2024년 자살률 통계’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자살공화국’이라는 뼈아픈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 총 14,87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0명 이상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셈이며, 이는 OECD 평균(10.8명)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매일 버스 한 대를 가득 채울 만큼 숫자의 생명이 자살을 통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공동체가 마주한 비극적인 현실이다. 출처: 통계청 연령별 통계는 더욱 충격적이다. 30대의 자살률은 전년보다 14.9% 증가했고, 40대는 14.7%, 50대는 12.2% 늘어났다. 30대에서 50대까지는 한 사회를 견인하고 지탱하는 가장 중추적인 세대이다. ‘일해야 할 나이’, ‘가정을 지켜야 할 나이’에 속하는 이들 중 가장 많은 수의 사망자가 자살을 선택해 목숨을 끊는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무언가 고장났다는

한국연구원
11월 16일4분 분량


여분의 무게 / 마준석
출처: AP News 10월 17일 베를린 미테구에 있던 평화의 소녀상이 결국 철거되었다.1) 일본의 체계적이고 집요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켰으니, 이마저도 독일과 한국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일 것이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 협의회는 소녀상을 새로운 장소로 옮겨 다시 설치할 계획이라 밝혔다. 작년에는 오스트리아 린츠 대성당에 설치된 성모 마리아상이 반달리즘으로 파괴되었다.2) 아기 예수의 탄생을 묘사한 많은 작품들을 다시 떠올려보자. 아기 예수는 푹신한 마구간의 짚더미 위에 순백의 모포로 싸인 채 새근새근 자고 있다. 그 모습을 평화로운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는 성모 마리아.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면이지만, 모든 작품들에서 출산의 고통스러운 순간이 완벽하게 표백되어 있다는 사실은 다소 기이하지 않은가? 에스터 슈트라우스 작가의 출산하는 성모상은 이러한 지극히 당연한 물음에서 출발했고, 이를 신성모독이라 생각한 반대자들에 의해

한국연구원
11월 12일5분 분량


그곳에 여자들이 있었다 / 한보람
올 여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른바 ‘케데헌’으로 불리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를 휩쓸었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날부터 입소문은 심상치 않았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영화를 틀었는데,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생소함과 반가움이 밀려왔다. 화면에는 3인조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거대한 악을 물리치는 화려한 액션이 펼쳐졌다. 온전히 여성들만의 강력한 힘으로 악령과 싸워 세상을 구원하는 시나리오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놀랐다. 이전에도 여성 슈퍼히어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 슈퍼히어로들이 적지 않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더우먼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여성 히어로들은 강력한 힘과 재주를 가진 남성 히어로들 사이에 존재하는 정도였다. 이처럼 확고하고 온전하게 그들만으로 세상을 지켜낸 여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존재했을지라도 그리 익숙하고 당연한 건 아니었다. <케이팝

한국연구원
11월 12일3분 분량


우리가 숲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 / 오영진
작년 11월, 학생들이 숲속에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생태학 수업처럼 보이지만, 이 수업의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이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을 논하면서 우리는 왜 숲에 있었을까. 학생들이 찍어온 사진들을 보면 개미 세 마리가 기이하게 얽혀 있는 장면, 오래된 솔방울 위에 기생해 돋아난 버섯, 흙과 이끼가 엉킨 이미지들이 있었다. 모두 비정형적이고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나는 이 이미지를 그대로 프롬프트로 최대한 옮겨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재현을 시켜보았다. 그러나 결과물은 달랐다. 개미는 세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로 나오거나, 더듬이가 과도하게 많았다. 아무리 자세히 지시해도 학생들이 가져온 현실의 장면과 닮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을 언어 기반의 기계에게 재현하라고 시키는 일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지만, 사실 언어로 표현할

한국연구원
10월 30일3분 분량


축제의 감각을 일깨운 인천 15분 연극제 / 최엄윤
인천 배다리 마을에서의 15분 연극제 지난 8월 24일 인천 배다리 마을에서 진행된 15분 연극제를 찾았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15분 연극제는 8월 23일과 24일 이틀간 인천문화양조장 1층, 창영당, 문화상점 동성한의원, 유유기지 동구청년21 작은 공연장 등 4개 장소에서 9개 작품을 선보였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도원역에 내려 창영당까지 가는 길에 부모님과 딸로 보이는 어느 가족이 넓은 자리를 펼쳐 빨간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서울을 벗어났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여느 도시와 다름없는 대도시 인천에서 배다리는 그 이름만으로 특별한 정서를 자아낸다. 재개발에 맞서 주민들이 지켜낸 동네, 옛 양조장과 헌책방 등 원도심 공동체와 활동가들이 고공으로만 향해가는 세상에서 낮고 너르고 단단하게 신념과 가치를 뿌리내리는 곳. 15분 연극제에서는 창영당의 <목말라>(극단 우주선)와 <김박사와 철인 28호>(보통현상), 인천문화양조장의 <나시와

한국연구원
10월 30일4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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