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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0, 20266 min
모순, 아이러니, 역설
에드윈 애보트의 소설 『플랫랜드』(1884)의 오래된 비유를 불러와 보자. 평면의 세계에 사는 존재는 결코 높이를 모른다. 그에게 세계는 길이와 너비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것은 선과 면의 관계로만 이해된다. 만약 구형태의 입체가 그 세계에 나타난다면, 평면세계의 존재는 그것이 제멋대로 면적이 바뀌니 기적이나 착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차원이 다르다는 말은 보이지 않는 방향이 하나 더 생기는 일, 익숙한 세계가 갑자기 낯설어지는 일, 지금까지 정답이라고 믿었던 선 하나가 사실은 어떤 입체의 단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평면의 세계에서 구체는 종종 좁은데, 넓은 그래서 모순된 존재로 보일 것이다. 글쓰기에도 플랫랜드가 있다. 많은 글들이 길이와 너비만 가진다. 이를테면 “한국 사회는 경쟁이 심하다”, “SNS는 인간관계를 약하게 만든다”, “명절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대학생은 취업 때문에 힘들다” 같은 문장들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 자체로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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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9, 20266 min
주자어류(朱子語類) 권 14 서평/안동섭
『주자어류(朱子語類)』를 홀로 완역하겠다는 계획은 좋게 말해도 무모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책을 내겠다고 결심한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어쩌다 그런 (바보 같은) 결심을 하게 되셨어요...?”라며 위로에 가까운 질문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짧은 버전 스토리와 긴 버전 스토리가 있으니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고 답하는데요,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 누구도 긴 버전을 고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길게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성리학을 전공한 이래로 『주자어류』는 늘 애용하는 문헌이었습니다. 실제로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지난 20년간 어떤 형태로든 『주자어류』의 문장을 읽지 않은 해가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240개월간 한 번도 읽지 않은 달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조선사나 동양철학 등 유관 분야 연구자라면 누구라도 어떻게든 꾸준히 읽어왔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헌이고, 피하고 싶어도 우회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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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5, 20263 min
백아절현 - 절현(絶絃)을 강요당하는 시대 / 김동규
백아절현(伯牙絕絃)이란 중국의 춘추 시대에 거문고 명인이었던 백아(伯牙)가 자기 음악을 이해하는 유일한 지음(知音)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다. 흔히 친밀한 친구 관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지만, 나는 예술작품의 존재론적 구조를 알려주는 말로 새긴다. 이 말에 따르면, ‘작품(Work)’이란 한갓 물건이 아니라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 ‘작용’이다. 그것은 부름과 응답의 연쇄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랑의 황금 고리이다. 그래서 작가 없는 감상자는 불가능하며 감상자 없는 작가도 존재할 수 없다. 작품의 기저에는 사랑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즉 그윽한 환대가 ‘작동’ 중이다. 나는 정현종 시인의 작품을 사랑한다. 그의 작품이 젊은 시절의 내게 느닷없이 다가왔다. 거리를 헤매던 나를 불러 세웠다. 콕 집어 내게만 말을 건네는 듯했다. 나는 거부할 수 없는 부름에 응답해야 했다. 시인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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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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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한국연구> 편집위원

이영준 (한국연구원 원장)

김동규 (울산대 철학상담학과 교수)

오영진 (서울과기대 융합교양학부 초빙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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