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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관계의 틈을 메우는 일 - 한남동에 문을 연 OMG 인터뷰 / 김보슬

나는 PR펌에 다닌다. PR은 커뮤니케이션과 밀접하다. 흔히 사람들은 PR을 한국어 단어 ‘홍보’로 바꾸곤 한다. 하지만 PR은 Public Relations의 약칭인 만큼 본래 대중과의 ‘관계 맺기’를 뜻하며, 메시지 전달 전략을 다룬다. 실제로 과거에 ‘신문방송학’, ‘언론홍보학’이라 불리던 학과들이 근래에는 외국처럼 커뮤니케이션학으로 분야 이름을 바꾸고 있다. 조직의 위기 대응, 정치 캠페인, 상품 브랜딩 등을 포괄하는 이 일은 결국 관계를 개발하는 일이다.

이미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말은 흔해졌다. 12~13년 전부터 미디어에 적극 등장했지만, 사실 칼 세이건 같은 이들이 이미 열어두었던 길이다. 이때의 커뮤니케이터는 어려운 개념을 대중이 이해하기 좋게 풀어주거나 전시, 이벤트 등과 연계하여 체감할 수 있는 관계를 창출하는 사람들이다.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해설사들 또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존재한다.

PR인이 된 지금, 이 지면에서 어떤 것들을 이어볼까. 웹진 한국연구의 종간 소식을 듣고 이러한 고민에 잠긴다. 분명한 것은, 마지막이라는 아쉬움 대신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고 싶은 마음. 이 글에 어떤 시작점을 남겨야겠다. 작년 12월 서울 한남동에 새롭게 오픈한 전시 공간 ‘OMG’에서 그 운영자들을 만났다. 신경다양성 시각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이지혜 큐레이터, 뇌병변 장애를 가진 차민호 시인이 이곳 공동대표다. 외식업 경영인 출신의 김기린 활동지원사까지 힘을 합쳐 공간 운영에 나섰다. 이 이질적인 조합이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현장에 질문을 던졌다.


Special Interview "Oh, my God! 우리만 아는 암호인가요?"


1.

[이름] OMG는 어떤 공간인가. 이름의 뜻도 소개해 달라. (인터넷 용어로 정착한 OMG는 Oh, my God의 약자이기도 함)


차민호: 오래 전부터 나는 회사 이름에 ‘평범한 순간 (ordinary moment)’을 담고 싶었다. 내 신체적 특성과 정체성이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는 데 조금이나마 반항하고 싶었나 보다. 지혜는 “회사가 평범하면 어쩌자는 거냐”며 핀잔을 주었다. O와 M을 만지작대다 처음과는 달리 Orden Monsters Ground로 풀이하기로 했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몬스터들의 운동장’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Orden은 스페인어로 질서를 뜻하고, Monster는 신경다양성 작가를 비유한다. Ground는 운동장, 곧 공동 창작 스튜디오를 가리킨다. 신경다양성 작가들은 자기결정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가족이나 사회가 정해 둔 질서에 순응하는 편이다. OMG는 이게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예술 현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괴물들이 나타난다면 얼마나 유쾌할지 상상할 따름이다. OMG는 갤러리이자, 그 부설 스튜디오이기도 하다. 서로 떼어내어 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하나의 정체성이니만큼 통합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지혜: 그러나 방법론적으로는 공간별 정체성 분리와 그 둘의 공존 비전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공적 기여를 운운하며 무턱대고 덤비는 치기를 넘어, 지속과 자생이 가능한 사업이 된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예술 말고 사업을 하고 싶다. 개관 전시였던 ‘무한대 49재’에 이어, 네 번의 전시를 더 치렀다. 정연우 작가도 현재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만하면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추었는데 체계와 내실은 아직이다. 구성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OMG 로고는 쐐기 모양 선 하나, 그 위에 기울어진 글자들로 구성돼 있다. 슬로프 달린 문턱을 넘는 휠체어에 실재하는 장애, 그리고 그런 장애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연상시킨다.


사진 1, 2. 한남동 OMG 전경 및 간판 속 로고
사진 1, 2. 한남동 OMG 전경 및 간판 속 로고

2.

[개입] 부설 스튜디오에서 창작하는 작가들에게, 운영진의 역할은 '창작을 가이드하는 네비게이션'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사고가 나지 않게 지켜보는 가드레일'이어야 하는가. OMG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창작 지원의 거리는 어디쯤인가.


차민호: 일단 사람들이 OMG를 신경다양성 작가를 ‘돕는’ 체계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곳은 신경다양성 작가에게 이용료를 받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작 스튜디오다. 우리가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도움 받았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보아 온 신경다양성 작가들은 창작 스튜디오를 교육 장소나 쉼터로 생각하지 않더라. 이들에게 스튜디오는 끊임없이 작업할 수 있는 놀이터에 가깝다. 여러 이유로 집이나 공공기관에서 자기 마음대로 작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작 스튜디오는 작가가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창작 지원의 핵심은 자신이 원하는 작가가 될 수 있게 동행하는 것 아니겠는가. 미술학원이나 에이전시처럼 틀에 박힌 목표를 향하도록 안내하다 보면, 결국 “너도 스타 작가가 되어야 해!”라는 강요로 직결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작가가 원하는 세계를 펼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고, 그걸 실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창작을 가이드하는 네비게이션'과 '사고가 나지 않게 지켜보는 가드레일' 사이에 OMG가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궁리하고자 한다.


이지혜: 행정적 형태도 고려 중이다. 이 스튜디오가 장애 작가에 최적화된 시설이라 말하기 위해서는, 표준장애인사업장이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어야 한다. 우리의 목표가 복지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표준장애인사업장 정도가 마땅하겠다. 여기엔 몇 가지 자격 요건이 따른다. 가령, 여성과 남성 장애인 화장실이 내부에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화장실이 하나뿐이어서 인가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인가를 받아야 소속 작가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로 도약할 수 있다. 시설을 보강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내려면, 사회공헌에 관심 있는 법인이나 개인후원자들의 ‘개입’이 필요하다.


3.

[응집] 세 사람 ㅡ 두 대표와 김기린 ㅡ 이 활동해 온 분야가 다르다. 의미를 부여하는 기획, 은유를 즐기는 시,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이 충돌할 때가 있을 것이다. 최근 셋이서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되었는가.


이지혜: 민호는 고등학생 때 “하고 싶은 걸 하라”며 어머니가 쥐어 준 500만 원으로 자기 시집을 냈다. 그 시집이 <아침 하늘 달>이다. 장애인 동료와 다른 분야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싶은 그의 욕구는 아마 이때 얻은 어머니의 유산일 것이다. 그 어머니는 좋은 기획자를 만들어 내셨다.

민호는 2025년 3월에 ‘크립파티’라는 미술 워크숍을 열었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의 세미나실을 빌려서 지원사업의 도움 없이 자비로 운영해 본 것이다. 근육이 없어지는 휠체어 장애인,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뇌병변 장애인 활동가, 뜨개질하는 뇌병변 장애인 바리스타, 동아리에서 기타도 치고 웹 접근성 검사 일을 하는 시각장애인 아저씨, 다리가 불편한 미술치료 박사과정생 등이 모였고,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와서 문화적 차이를 느낀 어느 비장애인 중학생은 섹슈얼리티와 철학에 관심이 있다며 동참했단다. 이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기획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나를 만났다.

휠체어를 타고 오른쪽 손만 겨우 움직이는 놈이 이렇다 할 이력도 없이 시각예술 기획자를 하고 싶다기에, 처음에 나는 윽박질렀다. ”너 돈 있어? 너 땅 있어?“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를 다시 찾아왔더라. 중소벤처기업부와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장애인 창업점포 지원사업에 50 대 1로 선정되었다면서 ”저 돈 만들었어요. 선생님 때문에 이렇게 된거니까 책임지세요. 보시다시피 저는 이렇게 (휠체어에) 묶여있으니까요.“ 지금 OMG의 임대보증금이 그렇게 만들어진 거다.

그리고 김기린은 차민호 대표의 24시간 활동지원사이자, 오너 셰프로서 외식사업 브랜드를 만들던 사람이다. 지금은 OMG의 재무이사로 살림을 담당한다. 공교롭게도 예고, 미대를 경험한 적 있어서 예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보다는 냉철한 존중을 가지고 있다. 우리 셋의 만남은 이렇다.


차민호: 그렇게 시작된 OMG의 일상은 쓸데없는 일로 가득하다. 하루는 지혜가 내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녔다. 기린이 힘겹게 나를 들어서 다른 의자에 앉혔다. “휠체어 생각보다 운전하기 힘든데 신난다!”라던 지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즐거워 보여서 “누나는 내 장애가 가벼워 보여?”라고 묻고 싶었을 정도다. 어느 날은 내가 지혜에게 “사업단에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무슨 무슨 지원의 대상이 된다”고 알려 주고 있는데 “여기 중증장애인이 어딨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살려주세요!


사진 3. OMG 개관전에서의 차민호
사진 3. OMG 개관전에서의 차민호

4.

[정적] 차민호 대표가 최근 ‘멍때리기 대회’에서 꼴찌를 했다고 들었다. '의도된 침묵'이나 '의미 전달의 실패'가 오히려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이지혜: 멍때리기 대회 참가는 처음에 내가 밀어붙였다. “이번에 광화문에서 개최되니까 나가서 OMG 홍보 좀 제대로 하고 와. 장애 동정심 끌어서 최대한 효과적으로!”라면서.


차민호: 실은 꼴찌는 아니다. 멍때리기 대회는 15분마다 측정한 심박의 일정한 정도와 인기 점수를 합쳐서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뇌병변 장애인은 가만히 있어도 숨을 쉬기 어려우니까 매 순간 박동이 크게 흔들려 약간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장을 섞어 “나 멍때리기 대회 꼴찌야!”라고 외치며 돌아다녔다. 모순된 말일지 모르지만 멍때리기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 대회 주최자인 웁쓰양 작가님도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다”고 코맨트해 주셨다.

나는 의도된 침묵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OMG에서도 말 많은 장애인으로 존재한다. 자꾸 나 같은 사람들은 조심스럽게만 다뤄져야 한다는 오해, 그리고 이에 관한 사회적 묵인이 싫기 때문이다. 내가 기린에게 “멀쩡한 몸을 가지고서 어째 약골이냐?”고 장난치면 사람들은 ‘우와, 저 장애인의 차별력 쩐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해야 한다고 했지만, 어쩌면 문제 상황을 직시할 용기가 먼저 필요한지 모른다.

나는 숨쉬기가 자유롭지 않아서 말이 느리고 남들이 알아듣기 어렵다. 지혜에게 “누나 예쁜 것 같아.”라고 말하면 “뭐? 누나 바쁜 것 같다고?”라고 되돌아오는 식이다. 누구 욕할 때는 참 좋은 입인데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죽을 맛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르게 알아들음이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채고 내버려두기 시작했다. 일단 제대로 알아들을 때까지 말하기 귀찮다. 그리고 관계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나면 이해하고 싶은대로 듣는다. 나에게 전달의 실패나 의도된 침묵은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불통과 침묵도 관계를 바로잡아 준다. 또한, 침묵해야 할 때 시끄럽게 굴면 자칫 불통이 된다.


이지혜: 그런데 민호의 이번 대회 참가를 통해 두어 가지가 드러났다. 첫째, 대부분의 시민 참여 문화 기획은 지나치게 비장애인 중심이라는 것. 대회가 기존에 참조해 온 심박수 평균치는 장애인에게 심사기준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둘째, 중계의 태도. 대회장에서 민호가 멍때리고 있는데, 전장연 시위대가 대회장 옆을 지나가게 됐다. 기묘한 상황에 웃음을 터뜨린 민호는 대회운영진에게 경고를 먹기도 했다. 그런데 기록•전달 매체들은 이런 생생하고 익살스런 광경을 프레임 밖에 위치시키는 듯했다. 장애는 생존에 취약하다는 증거라는 입장에 기반해, 대중의 눈앞에서 장애인을 가리고 축소하는 것이다. 장애를 드러낼수록 좋을 수 있다는 관점은 성립하지 않나 보다. 하이데거를 떠올린 순간이었다. 숨김과 드러냄의 태도, 그리고 그 방법에 관하여...


사진 4, 5, 6, 7. 전시 및 오프닝 행사 중
사진 4, 5, 6, 7. 전시 및 오프닝 행사 중

5.

[간섭] 상대방의 전문 영역 (시, 큐레이팅, 경영)을 지켜보며 "내 직업적 감각으로는 저걸 저렇게 바꾸면 더 좋을 텐데"라고 '참견'하고 싶었던 구체적인 순간이 있었는지.


이지혜: 조금 과장해서 매 순간 그렇다. 누가 뭐래도 차민호는 현재 OMG 대표잖은가, 민호에게 부단히 참견할 것이다. 예컨대, 민호가 작품 설치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 혼자 벽에 수평계 대고 못 박고 작품 거는 일을 처리한다면,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민호는 허울뿐이다. 지금 진행 중인 금시랑 개인전을 준비한던 때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3층에 위치한 작가 작업실에 갔었다. 기린이 휠체어에 앉은 민호를 안고 3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바닥에 주저앉아 작품을 모두 보고 내가 작가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글로 정리했다. 서문까지 썼으니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이것이 민호에게 첫 작업실 방문, 첫 서문이었다. 어쟀든 지금은 시각장애인 웹 접근성을 높이는 것마냥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주석을 덧붙여야 하는 피로가 따른다. 일일이 말로, 구체적으로, 수사적으로 다 풀어가면서 일해야 한다. 갤러리 청소, 관객 맞이, 전문가들과의 대화, 자기 돌봄과 동료 챙김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다가도 민호가 대표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면 피로가 싹 가신다. 힘들지만 속도를 맞추고 있다. 더 많이 채찍질 할 계획이다. 공짜로 대표 시키는 건 내가 너무 억울하고, 장애인이라고 바지 대표 노릇해 주는 건 짜증나니까!


차민호: 나는 지혜가 로브 작가님의 전시 서문을 쓸 때 유일하게 참견하고 싶었다. 시를 오래 써서 그런지 나는 모든 글에서 고유의 분위기를 감각하곤 한다. 지혜가 쓴 로브 展 서문은 어수선하면서도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이전 박준우 展 서문이 매우 정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런데 로브 작가님과 몇 번 만나고 엄청 활발하고 맑은 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아, 지혜가 서문에 작가님을 잘 담았구나.”라며 되돌아 볼 수 있었다.


6.

[바통 터치] 이 지면은 여기서 일단락 되지만, 한국에서의 문화 매개에 대한 고민이 OMG 같은 여러 공간으로 옮겨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곳으로 찾아올 이들에게 건네줄, 다음 단계의 화두로 무엇을 제안하는가.

이지혜: 매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장애와 마찬가지로 이는 마치 지문과도 같다.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문양으로 매개가 이루어진다. 높은 네임밸류로 고가의 작품 매매를 성사시키는 수퍼 커머셜 갤러리를 보자. 작가과 시장을 이어 지속적인 창작 여정을 열어준다. 장애 작가에 특화된 창작 스튜디오라면, 작가와 작품을 보살피는 일로 사회적 니즈와 교육적 가치, 예술적 가능성에 가닿는다. 그리고 어떤 이는 강연이나 행사를 기획해서 예술과 거리를 느끼는 시민들에게 감상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 거리를 좁히는가 하면, 기린 같은 활동지원사도 있을 터이다.


차민호: 나의 경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매개하는 것을 즐긴다. 여럿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노는 장면은 OMG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아싸, 성공했다!”를 외친다. 그런데 다양성 매개는 비즈니스와 다소 거리가 있는 활동이었다. 돈은 다양성, 장애, 어울림 같은 녀석들을 보며 “어... 너희랑 친구 안 해.”라고 말하면서 떠나기 일쑤다. “괜찮아요! 제 열정이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돼요.”라고 말하는 젊은 날의 저랑 비슷한 매개자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네, 그 말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겠나? 나는 굶어 죽기 싫다네.”


이지혜: 가장 핵심적인 매개는 각자의 위치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찾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섣불리 매개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어야 한다. 자기 자리에 잘 위치한다 해도, 불쑥 도드라진 이음매로 인해 누군가 걸려넘어질 일도 생긴다. 그럴 땐 슬로프를 덧댄 완만한 문턱이 있어야 안전하게 요철을 넘을 수 있다. 그러나 끝내 매개되지 않아도 괜찮고,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담담한 마음은 인류에 대한 욕심과 야망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사진 8. 전시 퍼포먼스 중 이지혜 (좌), 차민호 (우)
사진 8. 전시 퍼포먼스 중 이지혜 (좌), 차민호 (우)


김보슬(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공공예술 MFA)
김보슬(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공공예술 M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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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한국연구> 편집위원

이영준 (한국연구원 원장)

김동규 (울산대 철학상담학과 교수)

오영진 (서울과기대 융합교양학부 초빙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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