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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관하여: 기후위기, 미래세대는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없다 / 조천호

온실가스 배출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그 대가를 우리의 자녀와 미래세대에게 치르게 하려고 한다. 온실가스는 미세먼지나 감염병처럼 한때 출현했다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는 종류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공기 중에 남아 누적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움이 누적되는 세상으로 진입한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 중 거의 80%가 1960년 이후에 발생했다. 네이처 기후변화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사람들은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에 기여했다. 10년 후인 2015년 이는 3분의 1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성세대가 져야 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누적되는 지구가열로 인해 극단적인 날씨 현상은 빈도, 강도, 지속 시간과 공간 범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 이에 따라 미래세대는 자기들이 배출하지 않은 온실가스로 인한 피해를 더욱더 겪게 될 전망이다.


벨기에 공공 대학(Vrije University Brussel)이 주도한 연구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도, 2도, 그리고 3도인 시나리오에서 극한 날씨 노출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해 분석하였다. 여기서 1.5도는 2018년 인천에서 열린 IPCC 특별 총회, 2도는 파리기후협약에서 막기로 한 기온상승이다. 그리고 3도는 현재 각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정책을 제대로 실행했을 경우의 기온상승이다.


2020년 기준으로 5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평생 경험하는 극한 날씨 빈도가 나이에 따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젊은 연령층은 나이가 어릴수록 극한 날씨에 노출빈도가 더 커진다. 기후위기는 기성세대보다 미래세대의 삶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60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지구가열 1.5도, 2도와 3도 시나리오에서 평생 극한 폭염에 4배, 6배, 7배 더 크게 노출된다. 3도 상승 시에는 2배 더 많은 산불, 거의 3배나 더 많은 가뭄, 홍수, 농작물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위기는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의 생존 여건을 파괴하여 지금의 편익을 누리고 있음을 알려 준다. 2020년에 태어난 아이는 2050년에 30세가 되고 2100년에 80세가 된다. 우리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저질러놓은 기후변화의 위험한 길을 겪어내고 헤쳐 나가야 한다. 헤쳐 나가는 것도 한계에 부딪혀 파국에 도달할 수도 있다.


지구가열 시나리오에서 출생연도에 따른 극한 폭염 노출 기간. 1960년 출생자와 이후 출생자의 평생 폭염 노출 비율을 보여준다. (Wim Thiery et al. 2021)

극한날씨에 노출되는 세대 간 불평등은 지역 간에 더욱더 커진다. 가난한 나라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적게 기여했지만, 기후위기에 취약하고 적응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난한 나라 미래세대가 극한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된다. 가난한 나라 신생아가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생아가 1960년에 태어났다면 고소득 국가에서 태어날 확률이 거의 25%였다. 지금 태어난다면 그 비율이 10%로 줄어든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2억 5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그들의 조부모보다 평생 약 6배 더 많은 극한 날씨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극한 날씨에 약 4배 더 직면하게 될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날 동갑내기 어린이 6천 4백만 명과 비교된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지구를 물려받았고 후손으로부터 지구를 빌렸다. 우리는 지구를 맘껏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세대도 지구 환경과 자원에 대한 우월한 사용을 주장할 수 없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대로 후손에게 지속할 수 있는 상태로 다시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에게 끔찍한 지구를 유산으로 남기게 될 것이다.

기성세대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면 3도인 경우보다 우리 아이들은 평생 극한 폭염 노출이 거의 절반(약 40%)이나 감소하고, 산불이 11%, 농작물 파괴가 27%, 가뭄이 28%, 태풍이 29%, 하천 홍수가 34% 줄어든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벤 칼데콧(Ben Caldecott) 박사와 영국 기후단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태어난 해에 따라 평생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산출했다. 어린 세대는 기성세대처럼 이산화탄소를 사치스럽게 배출할 수가 없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허용 가능한 배출량이 이미 대부분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기온상승을 2도로 막는 시나리오에서 평생 배출 가능 이산화탄소량은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이 122톤으로 1950년에 출생한 사람보다 3분의 1에 불과하다. 1.5도로 제한하려면,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은 43톤만 배출할 수 있어 1950년생 사람보다 8분의 1로 줄어든다. 어린이와 청소년(1997~2012년생)은 그들의 조부모(1946~1964년생) 세대에 비해 단지 6분의 1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을 뿐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와 2도 이내로 막기 위해 출생연도에 따라 평생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 (Carbon Brief, 2019)

“기후 불안, 정부 배신과 도덕적 손상에 대한 젊은이의 목소리: 글로벌 현상”이라는 연구가 10개국에서 16~25세 응답자 10,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응답자 4분의 3은 기후위기로 인해 "미래가 두렵다"는 말에 동의했고, 절반 이상이 부모세대보다 더 잘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10명 중 4명은 아이를 낳을지를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10명 중 6명은 기성세대와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우려하였고 기성세대와 정부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2021년 유럽 환경단체 네트워크인 유럽환경국(European Environmental Bureau)은 23개 유럽국가에서 15~35세인 22,000명을 대상으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기후위기(46%)와 환경파괴(44%)가 가장 높았고 경제 위험은 5번째로 꼽았다. COVID-19가 매일 뉴스의 주요 의제를 차지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는 3번째 위험인 감염병보다 10%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았다. 유럽 젊은 세대에게 기후위기는 주변 관심사가 아닌 주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다수의 응답자는 현재 소비 습관이 지속 가능하지 않고 소비를 독려하는 경제 체계가 부자와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조작되어 있다고 확신하였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경제 체계의 변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기후위기는 그 원인 유발자와 피해를 보고 위험을 극복해야만 하는 사후 처리자가 동일하지 않다. 기후위기는 곧 공정성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미래 세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현재 의사결정자의 무책임이 미래 위험을 발생시키는데도 말이다. 즉, 권력을 가진 자들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체계를 지배하고 있으나 그럴싸한 말을 늘어놓을 뿐 실질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제 젊은 세대와 시민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젊은 세대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기후 소송을 제기하고 기후 시위를 주도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요구는 더 커지고 행동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수군거림이 곧 외침으로 변할 조짐이 보인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대가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세대가 살아갈 여건은 전적으로 기성세대에게 달렸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최후 기회이자 최선 기회이므로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 사라져갈 운명이지만 나 이후에도 누군가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자기 삶을 불태워야 하는 게 유한한 삶의 운명이지 않은가?

참고문헌

Carbon Brief, 2019: Analysis: Why children must emit eight times less CO2 than their grandparents, https://www.carbonbrief.org/

European Environmental Bureau, 2021, Climate greater worry than COVID-19 for young Europeans, new poll finds, https://eeb.org/

Marks, Elizabeth and Hickman, Caroline and Pihkala, Panu and Clayton, Susan and Lewandowski, Eric R. and Mayall, Elouise E. and Wray, Britt and Mellor, Catriona and van Susteren, Lise, Young People's Voices on Climate Anxiety, Government Betrayal and Moral Injury: A Global Phenomenon. http://dx.doi.org/10.2139/ssrn.3918955

Wim Thiery et al. 2021: Intergenerational inequities in exposure to climate extremes, SCIENCE , Vol 374, Issue 6564 • pp. 158-160

Zheng, H., Long, Y., Wood, R. et al., 2022: Ageing society in developed countries challenges carbon mitigation. NATURE Climate Change,ᅠ12, 241-248. https://doi.org/10.1038/s41558-022-01302-y


조천호(경희사이버대학 특임교수,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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