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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이라는 착각 – 민주당은 왜? / 강부원

스캔들은 또 다른 스캔들로 덮는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주식 차명거래, 보좌관 갑질, 축의금 강요, 인사청탁, 성추행, 공천비리, 뇌물 등등. 더 나올게 있을까 싶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라는 양비론적 비판에도 따로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무관심을 촉발해, 불법계엄 처벌이나 내란 척결 수행에도 찬물을 끼얹는 처사다.

     

이재명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8개월 간 민주당 내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나 소동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는 권력에 취한 정권이 도덕적 긴장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다. 이춘석, 최민희, 문진석, 김남국, 장경태, 김병기, 강선우로 이어지는 일련의 부도덕한 행위와 비윤리적 태도는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의 발언에서 보듯 “국민의힘에서나 있을 일”과 유사하다.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할 때 조차 상대 정당의 발목을 잡는 정치적 술수를 쓰는 모습이 꼴사납기도 하지만, 어쩌면 민주당 역시 불법 계엄을 저지른 국민의힘과 차별점이 없다는 고백을 스스로 털어놓은 것 같아 씁쓸할 지경이다.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강선우 의원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강선우 의원

민주당 내에서 불거져 나와 이슈가 된 사태의 당사자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즉각적인 사과나 책임 있는 결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인과 변명이 먼저 나오고, 마지못해 하는 사과는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이루어진다. 날선 비판이 들어오면 민주당을 향한 정치적 공세로 프레임을 전환해 진영논리에 올라타 버린다.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호소하고, 우리는 같은 편 아니었느냐며 동정과 지지를 구걸한다. 이러한 일관되고 반복된 대응은 우연이라기 보다 민주당이 오랜 학습을 통해 익혀온 굳어진 행동 양식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혀 차별성이 없다. 권력을 잡으려는 방향이 달랐을 뿐, 획득한 이후의 권력의 모양이나 쓰임은 서로 유사하다. 정권을 잡기만 하면 권력을 마음껏 누리고 온통 군림하며 욕망을 채우는데에만 여념이 없다. 계엄 이후 국민들이 민주당에 정부와 의회의 권력을 모두 맡긴 이유가 갑질하고 뇌물 받으라고 그런 것은 아니다. 적대적 공생관계로 유지되는 기득권 양당 정치 구조를 변혁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이다.

출처: mbc
출처: mbc

     

공천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 강선우 의원이 대응하는 방식은 이 같은 민주당식 대처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명백하게 돈 받았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녹취가 공개됐음에도 처음에는 무조건 안 받았다고 뻗대거나, 자기가 받은 게 아니라 보좌관이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자기는 돌려주라고 지시했으니 문제없다는 식이다. 범죄혐의가 완전하게 드러나 턱밑까지 위기에 몰리고 민주당이 공도동망할 지경이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탈당하는 수준에서 책임을 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사안이 왜곡돼 있으니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며 자존심은 굽히지 않는다. 얼핏보면 범죄행위가 적발된 자들이라기 보다 옳은 일을 하다가 희생된 투사처럼 비칠 지경이다.

     

민주당 인사들의 일탈은 고작 사퇴와 탈당으로 마무리 될 일이 아니다. 의원직에서 제명하고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밝혀야 한다. 강선우와 김병기의 갑질 및 부정행위는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표준적인 인격을 갖춘 평범한 인간의 기준에서도 용납받을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비난으로 그칠 게 아니라 위법행위에 대한 응당한 법률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과 이들을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팬덤 지지자들은 민주당 인사들의 부도덕한 행위와 자신들의 정체성을 손쉽게 분리해 사고하는 듯 하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편이 그럴 리 없고, 설사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작은 흠결에 불과하니 감싸줘야 한다는 식이다. 공적 책임의 사명은 사라지고, 닳고 닳은 정치인의 입바른 변명만 남았다. 국민들이 계엄 이후 정권을 잡은 민주당에게 요구하는 것은 교묘한 말의 성찬이 아니라 명확한 실천과 정치적 책임이다.

     

민주당과 그 핵심 지지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마치 우리 편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처럼 보인다. 반복되는 논란을 실체적 위기로 받아들이기 보다 도덕적 기준의 허들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정권 초기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국정수행 능력만 우수하면 모든 잘못을 덮고 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 하다.

     

정권의 몰락은 대개 정책 실패보다 윤리의 붕괴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정부의 정책은 수정할 수 있지만 정치인의 부적절한 태도는 국민들의 인상에 계속 축적된다. 권력을 쥔 집단이 스스로에게 관대해질수록 국민의 기준과는 멀어진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변명은 길어지고 설득력은 줄어든다. 민주주의는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적 위치에 대한 감각, 부끄러움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련의 사태들만을 보더라도 민주당 내에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고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치는 본래 부끄러움을 아는 자들에 의해 쓰여지는 서사여야 한다. 권력이 오만해지고 도덕을 조롱할 때 민심은 소리 없이 등을 돌린다. 정권의 몰락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붕괴에서 시작된다.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눈먼 권력에게 미래는 없다. 권력은 언제나 유한하다.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방어 기술도 더 공세적인 태도도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멈출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경고를 외면한다면 도덕적 불감증은 더 깊어지고 그 대가는 결국 정권 전체가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강부원( 작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등 저술)
강부원( 작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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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한국연구> 편집위원

이영준 (한국연구원 원장)

김동규 (울산대 철학상담학과 교수)

오영진 (서울과기대 융합교양학부 초빙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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