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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정치는 가능한가? / 오영진
“난 최초의… 곤충 정치인이 되고 싶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1986년 영화 〈플라이〉에서 파리-인간 혼종으로 변해가는 과학자 세스 브런들이 내뱉는 이 대사는 영화 속 광기 어린 농담으로 소비되었다. 괴기한 선언처럼 들렸고 관객은 웃거나 몸서리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 그 틈으로 들어가 보면 '곤충정치'는 단지 SF의 기발한 설정이 아니라 오래된 생태적 지혜와 과학적 통찰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떠오르는 질문처럼 보인다. 인간 정치가 인간이라는 종의 형상을 전제하는 동안 수많은 생명이 그 정치의 바깥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곤충정치'는 인간 중심적 정치 체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의 틈 같은 것이 되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당연히 곤충정치를 상상하는 일이 인간이 곤충을 흉내 내자는 제안은 아니다. 인간이 곤충을 대표해서 말하자는 윤리적 대리 또한 아니다. 인간이 도래하기 훨씬 이전부터 여러 원주민 문화는 곤충과 인간의 공생적 관계를

한국연구원
2일 전7분 분량


우리 편이라는 착각 – 민주당은 왜? / 강부원
스캔들은 또 다른 스캔들로 덮는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주식 차명거래, 보좌관 갑질, 축의금 강요, 인사청탁, 성추행, 공천비리, 뇌물 등등. 더 나올게 있을까 싶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라는 양비론적 비판에도 따로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무관심을 촉발해, 불법계엄 처벌이나 내란 척결 수행에도 찬물을 끼얹는 처사다. 이재명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8개월 간 민주당 내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나 소동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는 권력에 취한 정권이 도덕적 긴장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다. 이춘석, 최민희, 문진석, 김남국, 장경태, 김병기, 강선우로 이어지는 일련의 부도덕한 행위와 비윤리적 태도는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의 발언에서 보듯 “국민의힘에서나 있을 일”과 유사하다.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할 때 조차

한국연구원
1월 9일3분 분량


윤리적인 악을 위하여 / 마준석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2>는 끝내주는 맷집으로 쿵푸 마스터가 된 ‘포’와 대포의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쿵푸의 명맥을 끊으려는 악당 ‘셴’ 간의 대결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포가 그의 앞길을 막고 대적하자 잔악한 셴은 대포의 모든 포문을 열어 포에게 직사 사격을 가한다. 하지만 이미 쿵푸의 극의인 내면의 평화를 깨달은 포. 포는 푸짐한 뱃살에서 오는 탄성으로 부드럽게 모든 포탄을 도로 셴에게로 돌려보내고 셴의 군대는 궤멸한다. 절망한 채 완전히 넋이 나간 셴. 포가 다가와 마지막 화해의 말을 건넨다.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셴도 다시금 선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더 일족과 자신의 부모를 학살한 셴에게도 회개의 손길을 내미는 포를 보고, 셴은 가슴속에 깊이 팬 상처를 끼고돌았던 자신의 삶을 돌이켜본다. 상처는 결국에 나을지언정, 그럼에도 흉터는 남는다고, 그리하여 오직 더 많은 힘과 권력만이

한국연구원
1월 5일5분 분량


자립이라는 끝없는 과정: 17인의 목소리로 탐색한 자립의 다층적 의미 / 최엄윤
프리랜서 독립문화기획자라는 직업으로 산 지 5년째인 2025년은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해였다. 스스로 작아지고 희미해지는 것 같아 꾸준히 달렸고 청소년센터 발레 수업을 들었으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회피하기보다 솔직한 상황을 털어놓았다. 여기저기 입사 지원도 해봤고,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공모 신청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번번이 실패할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져만 갔다. 한편, 충만하게 살아내고 싶은 만큼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취업이나 공모 앞에서도 다소 소극적이었다. 내가 선택받는 것이 중요한 것만큼 나의 선택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 이 ‘여전히’라는 말은 쉰 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위축감의 무게 때문이다. 쫓기듯 달려가는 시간 앞에서 반백 살에 접어들었지만, 내가 누군지 설명하는 것 역시 ‘여전히’ 힘들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공모에서 떨어진 프로젝트 하나를 붙들고 올해 할 수 있

한국연구원
1월 5일4분 분량


근대 초기 삼국사기의 지성사 / 노관범
고려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는 귀중한 역사책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책이 현전하지 않는 오늘날 이 책마저 사라졌다면 삼국의 역사는 더욱 희미해졌을 것이다. 사학사의 관심에서 본다면 이 책의 가치는 서명에 보이는 ‘사기(史記)’에서 발견된다. 사기는 기전체 역사서의 원형이다. 삼국사기 이후에도 기전체 역사서의 흐름은 중단되지 않았지만 서명에 사기를 표시한 역사책은 다시 출현하지 않았다. 애석한 것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찬진 표문(表文)에는 역사서의 모델로 왜 사기를 추구했는지 이 문제에 관한 사학사의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거정의 삼국사절요 서문이 사기에서 통감(通鑑)으로 중국 역사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식했음과는 대조적이다. 삼국사기 사실 역사가로서 김부식의 관심사는 자신의 역사 편찬이 사학사의 흐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 있지는 않았다. 그는 ‘국사’ 편수를 총괄하는 위치에서 어떻게든 삼국사기

한국연구원
1월 5일3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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