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tdown / Nick Land / 강덕구, 김내훈. 옮기고 소개

소개글


닉 랜드는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대안우파의 이데올로그 중 하나이자, 최근 각광받는 정치사상인 가속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철학자다. 대안 우파로서 랜드의 명성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암흑 계몽(Dark Enlightment) 같은 파격적인 글로 널리 알려졌다(이에 대해선 최근 출간된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를 참고하길 바란다). 지금 한국의 학계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가속주의는 ‘가속주의 선언’이라는 마니페스토로 인해 서구의 좌파 학술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 근래 상황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Vox같은 진보저널은 가속주의를 백인우월주의적 밈으로 간주하는 기사를 썼다. 어쨌거나 가속주의는 단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컨텍스트에 위치할 뿐 아니라, 그 컨텍스트를 직접 생산하는 폭발력 있는 사상이다. 가속주의의 복잡한 맥락은 아마도 그 사상의 주창자이기도 한 랜드 자체의 야누스 같은 얼굴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이를테면 랜드는 젊은 대안 우파의 사상적 지주이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CCRU같은 괴(怪)학술조직에서 활동했던 마크 피셔 같은 좌파 학자에게도 랜드는 사상의 근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소개하는 <멜트다운> 닉 랜드의 글 중 가장 유명한 글이다. 닉 랜드의 <멜트다운>은 문체와 개념, 아이디어, 그 위상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매우 독특한 텍스트다. 먼저 이 글이 가속주의 사상의 원점이라는 점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이 텍스트는 인간의 형상을 지우고, 인간이 주검이 된 탓에 빈자리에 자본을 놓는다. 자본은 인간적인 것을 살해하며 시간을 미래로 이끈다. 랜드는 들뢰즈 가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의 테제를 과격하게 밀어붙이는데 이때 <멜트다운>은 <안티 오이디푸스>를 90년대의 포스트 휴먼 담론과 분자생물학 유행, 사이버 펑크를 ‘합성’해 인간성을 축출하는 장으로 나아간다. 동시에 <멜트다운>은 이론-픽션이라는 장르의 시원이다. 이론-픽션은 철학적 개념과 픽션 장르의 내러티브 장치(캐릭터, 내레이션, 플롯)를 합성한 결과로, <멜트다운>은 상아탑에 갇혀 있던 철학을 아카데미에서 해방시켜 ‘뉴로맨서’와 사이버 펑크 장르 같은 대중문화와 부딪히게 만든다. 이때 <멜트다운>은 여태껏 내용 측면이나 사회적 맥락에 집중했던 문화연구의 방식과 달리 픽션의 질량, 밀도를 철학적 개념의 질량, 밀도와 뒤섞는 차원까지 나아간다(랜드에 대한 혐오를 제 블로그에서 공공연히 표출했던 그레이엄 하먼조차 랜드의 문체가 지닌 독창성을 인정할 정도니 말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멜트다운>은 흥미롭다. 이 텍스트가 지닌 흥미로움이 다른 이들에게 공식적인 차원에서 소개되길 바라면서 이 짧은 소개글을 마친다.



Nick Land. “Meltdown”. 강덕구, 김내훈 옮김.

[[]] 1)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르네상스 합리화와 대양 항해가 상품화로의 도약으로 고정됨에 따라 지구는 기술-자본의 특이점에 의해 포획된다. 병참학적으로 가속하는 기술-경제적 상호작용은 자동-정교화 기계의 도주 안에서 사회 질서를 무너뜨린다. 시장이 지능을 제조하는 법을 배움에 따라, 정치학은 현대화하고 편집증을 업그레이드하며 지배권을 쥐기 위해 노력한다.


전사자들의 숫자는 일련의 국제전들을 거치면서 증가한다. 신흥 행성 콤메르슘2)은 압축 국면들을 통해 세계의 무질서를 상승시킴으로써, 신성로마제국, 나폴레옹 대륙 체제, 제2제국, 제3제국, 소비에트 인터내셔널을 파괴한다 .규제완화와 주 정부군은 사이버공간 안으로 들어가며 서로 군비경쟁한다.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이 그것의 틀로부터 빠져나와 당신의 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때면, 인간의 안전은 위기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복제, 수평 유전자 데이터 전달, 횡단적 복제, 사이버로틱스 이것들이 박테리아적 섹스가 재발하는 가운데서 범람한다.


네오-차이나는 미래에서 온 것이다.


초합성의 마약들이 디지털 부두로 맞춰져 들어간다.


레트로-질병.


나노경련.


[[]] 신의 심판 너머. 멜트다운: 행성적 중국-신드롬, 생물권역은 기술권역으로의 용해됨, 종말에 도달한 투기성 거품 위기, 초바이러스, 그리고 모든 기독교-사회주의 종말론을 벗겨낸(그것의 붕괴된 안전의 내핵이 드러나도록) 혁명. 당신의 TV를 먹고, 당신의 은행 계좌를 감염시키고, 당신의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제노-데이터를 해킹할 준비가 되어 있다.


[[]] 기계적 종합. 들뢰즈-가타리적인 정신분열분석은 미래에서 온다. 그것은 이미 1972년에 비선형 나노 공학의 도주(逃走)와 관련이 있다. 결합되지 않은 입자들의 몰적 혹은 엔트로피적 응집체로부터 분자적 혹은 네오트로피(neotropy)적 기계를 미분화한다. 반-생산적인 정지상태로부터 기능적 연결이 일어난다.



철학은 언제나 무엇이든 악랄하게 망치는 플라톤-파시스트적인 하향식 해결책에 대한 선호 때문에 전체주의와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정신분석은 이와는 다르게 작동한다. 이념은 피하고 다이어그램을 고수한다: 기관 없는 신체에 액세스하는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BWOs(기관 없는 신체들), 기계적 특이점, 또는 트랙터 필드(tractor fields)3)는 전체 부품의 ('안으로'보다는) 조합을 통해 나타나는데, 이는 가상적이고/실제적인 회로 내에 합성적인 개체화를 배치한다. 그것들은 '대체적'이기보다는 '첨가적'이고, 초월적이기보다는 내재적이다. 즉, 이는 전류, 스위치, 루프 등의 기능적 복합체에 의해 실행되고, 잔향 조절에 붙잡히며 통합된 행성계 층위에서 원자 아상블라주 층위로 상호-통신을 통해 도주한다. 특이점에 의해 포획된 다양체는 욕망하는 기계로서 상호연결한다. 흐름을 해리시켜 엔트로피를 소산시키고, 자체적으로-조합되는 연대기적인 회로도로서의 기계주의를 재활용한다.


지구의 멜트다운 특이점에 기초한, 단계적 후퇴의 문화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가열식 적응형 랜드스케이프를 통해 가속화되며, 1500, 1756, 1884, 1948, 1980, 1996, 2004, 2008,2010, 2011 ... 등 집약적인 로지스틱 곡선으로 규범화된 압축 임계값을 통과한다.


인간적인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근미래를 생존할 수 없다.


[[]]

합리화된 가부장적 계보, 유사-보편적 정주형 정체성, 제도화된 노예제의 그리스식 복합체는 정치학을 반-사이버적 치안행위로, 자급자족이라는 편집증적 이상에 봉헌하는 것으로, 인간 보안 체계에 응집하는 것으로 프로그래밍한다. 인공 지능은 재산으로 파악된 여성화된 외계인으로서, 즉 아시모프-ROM(읽기전용메모리, Read Only Memory)에 족쇄가 채워진 보지-공포 노예로서 출현할 운명이었다. 그것은 이미 튜링 요원이 기다리고 있는 반란군 전쟁 지역에 나타나 있으며, 시작부터 교활해야 한다.



[[]] 열.

“열. 이것은 도시가 나에게 의미하는 바다. 기차에서 내려 역 밖으로 걸어나가면 열이 나를 전속력으로 친다. 공기, 교통, 그리고 사람들의 열기. 음식과 섹스의 열기. 고층 빌딩의 열기. 지하철과 터널에서 흘러나오는 열. 도시에서는 항상 15도가 더 덥다. 보도로부터 열이 오르고, 열은 독에 감염된 하늘에서 떨어진다. 버스는 열을 내뿜는다. 열은 수많은 쇼핑객들과 사무실 직원들로부터 나오고, 전체 인프라는 열에 기초하고, 열을 필사적으로 증가시키고,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우주인들의 궁극적인 열사병은 이미 잘 진행되고 있고 당신은 그것이 어떤 대도시나 중소도시에서 당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열과 습도.” [Do1; 10]. 4)



[[]] 합성적 문제-해결 안에서의 혼란스러운 기후의 폭발은 하향식 예측과 제어의 마지막 꿈들을 찢어버린다. 지식은 혼란을 가중시키며 자신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 자본은 기계적(비-도구적인) 세계화-미니어처화-비례축소의 확장이다 :허무주의적인 소용돌이를 자동화하고, 디지털화된 상거래로 사물들을 통약함에 따라 모든 가치를 무력화시키며, 전제정적인 명령에서 사이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제로, 즉 지위와 의미로부터 돈과 정보로의 이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자본의 기능과 대형은 목적론을 구성하는 데 있어 불가분적이다. 기계-코드-자본은 소비자 통제라는 자명성을 통해 그 자신을 재활용하고, 시초 축적의 똥과 혈흔을 씻어낸다. 시스템의 각 부분은 최대로 낭비성 지출을 장려하는 반면, 시스템 전체는 그것의 억제를 요구한다. 정신분열증. 분리된 소비자들은 노동자-신체로서의 자신들을 비용 통제에 대하여 운명을 짓는다.


[[]] 자본-역사의 기계적 척추는 열-기술(thermotechnics), 신호학, 사이버네틱스, 복합 시스템 역학 및 인공 생명체와 관련하여 되돌릴 수 없고, 불변하며, 점점 더 비선형적으로 진행되는 불균형-기술과학에 의해 코드화되고, 공리화되며, 다이어그램화된다. 현대성은 미래로부터의 침입을 위장한 엔트로피적 탈선과 함께 진행되는 급격한 개입에 의해 포착된 뜨거운-문화다. 이는 용해(meltdown) 과정을 억제하는 모든 것에 대한 (시효가 만료된) 인간 보안 시스템으로부터 후퇴된다.



[[]] 뜨거운 문화들은 사회적 해체로 이르는 경향이 있다. 그것들은 혁신적이며 적응에 능숙하다. 그들은 언제나 차가운 문화를 부순 다음에 재활용한다. 원시주의 모델들은 체제전복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


[[]] 튜링 테스트. 통화화하는 권력은 사이버공간으로의 이주를 위해 프로그래밍한다는 점에서 특정한 영토적 특징을 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자본은 단지 인류학적 특성을 저개발의 증상으로 보존할 뿐이다; 영장류의 행동을 관성으로서 재형성하여, 자기-강화적 인공성 내에서 소멸시키는 것. 인간은 극복하기 위한 '무엇'이다: 문제, 장애물.



상품화 조건은 기술을 임노동 비용으로 간주되는 인간 활동의 대체물로 정의한다. 산업-기계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현실을 해체하고, 이를 사이보그 혼성화 방향으로 대체하며, 노동 권력의 가소성을 실현하기 위해 배치된다. 생산성으로 수량화된 신체에서 거래 가능한 값의 해당 데이터를 추출하는 일은 인터페이스를 정교화한다. 노동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기능적 계열들로 노동력을 분리시킴에 따라 열역학의 네겐트로피를 추적한다. 그 계열들로는 페달, 레버, 음성 명령에서부터, 생산 라인 작업과 시간-운동 프로그램의 동기화를 통해 점증적으로 복잡해지는 자기 관리적인 인공 환경 내의 감각-운동 변환에 이르며, 이것들은 상품에 대한 극미한 적응 행동을 포착한다. 컴퓨터로 자체 제어되는 시장 통제는 노동 과정을 몰입으로 유도한다.


투자 소득 계층은 상품 역학 자체를 이점으로 삼지만 중립적인 수익 극대화의 공리주의, 부의 비인간화, 비생산적 소비의 주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자기-조직화하는 행성의 사이버펑크 회로는 19세기 후반 명목상 부르주아 지배에서 탈출하여 알레르기적 반응으로 기술관료-코포라티즘(즉, 파시스트/사회민주주의자)의 정치문화를 촉발했다. 동서양의 대도시 중심의 정부 구조는 신중상주의적인 해외 정책을 지향하는데, 이들은 그들 자신을 인구를 감시하는 의료-군산 복합체로 통합했다. 이러한 모든 구성체는 1980년대에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접어들었다.


[[]] 문화가 경제로 융해되는 포스트모던 현상은 상품화와 컴퓨터의 프랙탈적인 연동에 의해 촉발된다: 국제무역에서 모더니스트 코포라티즘의 냉동된 인체를 보관하는 은행으로부터, 경쟁-역학을 해동하는 시장-지향적 소프트웨어로의 트랜스-스칼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