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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쉬운, 양자역학 1 / 박성관

작성자 사진: 한국연구원한국연구원

1. 이리와 봐


(̵̵́˘̩ᴥ˘̩)̵̵̀ 나, 이번 달 칼럼부터 양자역학 연재한다.

✪‿✪ 그래야만 할 특별한, 피치 못할 무슨 이유라도?

(̵̵́˘̩ᴥ˘̩)̵̵̀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서 심하게 쉬운 양자역학 책을 한 권 쓰려는 거지. 잘 따라오기만 하면 (거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쓸 거야. 세계적인 베셀 작가가 되어 잘 먹고 잘 살아보려고.

✪‿✪ 근데 ‘양자역학’과 ‘심하게 쉬운’이 어울리는 조합이냐?

(̵̵́˘̩ᴥ˘̩)̵̵̀ 진짜 매우 쉬워. 아니, 생각해보니까 너한테는 ‘매우’까지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암튼 쉬울 거라는 건 장담해.

✪‿✪ 어떻게 보장하냐?

(̵̵́˘̩ᴥ˘̩)̵̵̀ 그건 뭐...... 아니, 이럴 게 아니라 그냥 이번 회 읽어보고 결정해. 읽어보고 괜찮았으면 다음 회에. 일단은 이렇게 초단기 계약으로 가보자. 도중에 공부스럽다든가 심지어 체력을 빼앗겼다 싶으면 언제라도 사요나라하고! 그래도 우리, 가능하면 오래 가자.1)


2. 물리학의 거의 모든 것


✪‿✪ 근데 양자역학이라는 거, ㅈㄹ 중요하다고도 하고 너튜브에 영상들도 뜨던데.... 조회수 높은 것도 쫌 있고.

(̵̵́˘̩ᴥ˘̩)̵̵̀ 그러니까. 너도 어느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밀려오지?

✪‿✪ 아니지. 그러니까 굳이 나 같은 사람까지 공부할 필요 있겠나, 그런 경험적 확신이 굳건해지지. 그런 건 세계적인 역대급 천재들이 연구하는 거고, 이과 졸업한 사람들이나 교양 차원에서 알아두는 그런 고급진 지식일 거 같은데?

(̵̵́˘̩ᴥ˘̩)̵̵̀ 많은 천재들이 연구에 가담한 거 맞고 또 고급스럽고 엘레강스한 지식인 거 맞지만.... 음.... 일단, 이번 칼럼을 읽어봐. 5분밖에 안 걸려(너, 읽으면서 의심하면서 벌써 1분 지났어).

✪‿✪ 좀 약한데....

(̵̵́˘̩ᴥ˘̩)̵̵̀ 아! 그렇다면 일단 떡밥 하나 투척해보자. 양자역학은 사실 물리학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가장 대중적인 분야야.

✪‿✪ 아주 특이하고 기이한 분야가 아니고? 내가 아무리 문송하다 해도 너무 막 던지면 맘 상해. 내가 지식이 없지 눈치가 없냐?

.(̵̵́˘̩ᴥ˘̩)̵̵̀ 양자역학은 기본적으로 극히 미시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물리학인데 말이야...

✪‿✪ 거봐. 극도로 미시적이면 쌩 일반인들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체험할 수도 없는 영역일 거 아냐?(̵̵́˘̩ᴥ˘̩)̵̵̀ 원자 이하의 레벨이니까 당연히 그렇지. 그런데 너, 원자 안에 뭐가 있는지, 혹시 아니? 전자나 원자핵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 이름은 들어봤지.

(̵̵́˘̩ᴥ˘̩)̵̵̀ 그럼 하나 더 묻자. 너희 집에 전자 제품들 뭐뭐 있어?

✪‿✪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컴퓨터, 형광등, 전자레인지, 프린터, 헤어드라이어 ....

(̵̵́˘̩ᴥ˘̩)̵̵̀ 전자 제품 진짜 많아, 그치? 집만이 아니라 학교, 회사, 극장 같은 데도 그렇고 전화기나 자동차, 비행기 등등 세상을 덮어버릴 정도로 많지. 이 수많은 전자 제품들이 다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거야. 왜냐면 양자역학은 극미한 분야, 즉 원자 이하의 레벨을 연구하는 물리학이고, 거기에 있는 게 바로 전자니까. 한마디로 전자공학이 양자역학 덕분에 생겨났다고 이해하면 돼.

✪‿✪ 정말? 전자 공학도 알고 전자 제품도 아는데, 그런 물건들이 모두 양자역학하고 관련 있을 줄은 몰랐네. 근데 왜 나는 지금까지 이런 얘길 못 들어봤지?

(̵̵́˘̩ᴥ˘̩)̵̵̀ 그래서 내가 지금 얘기해줬잖아.

✪‿✪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심히 전문적인 분야라고만 생각했는데, 인상과는 꽤나 다른 녀석이네.

(̵̵́˘̩ᴥ˘̩)̵̵̀ “우리 경제의 3분의 1이 양자역학에 기초한 생산물과 관련이 있어.”2) 사실 원자의 핵심에, 정중앙에 있는 원자핵도 그래. 핵파열을 이용하는 핵폭탄이나 수소폭탄도, 핵융합으로 이글거리는 태양이나 별들도 다 양자역학의 대상이야.

✪‿✪ 그럼 양자역학의 대상이 아닌 건 대체 뭐야?

(̵̵́˘̩ᴥ˘̩)̵̵̀ 바로 그거야. 양자 현상은 세상 어디에나 있어. 전자 제품만이 아니라 자연 현상에도 수두룩하게 널려 있고. 이제부터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할 거야.


3. 고컴 대 양컴


(̵̵́˘̩ᴥ˘̩)̵̵̀ 그리고 말야, 곧 양자컴퓨터가 개발돼.

✪‿✪ 그건 또 뭐라?

(̵̵́˘̩ᴥ˘̩)̵̵̀ 양자얽힘과 양자중첩 등의 효과를 이용해 계산하는 컴퓨턴데, 사실은 이미 개발되었다고 할 수도 있어. 구글이 2019년 말에 <네이쳐>에 발표한 ‘시커모어’가 대표적인데, 아직은 계산 실력이 기존 컴퓨터에 전혀 미치지 못해. 그래서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해도 맞는 얘기야. 그렇지만 IBM을 비롯해 세계적인 첨단 기업들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추격전을 시작했어. 지금껏 존재했던, 아니 앞으로 존재할 어떤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컴퓨터가 목표야.

✪‿✪ 와~ 그런 게 나오면 엄청나겠네. 그렇지만 만들려면 장난 아닐 듯.

(̵̵́˘̩ᴥ˘̩)̵̵̀ 네가 만들 건 아니니까 너무 근심하진 마시고. 그 왜 강호동 나오는 ‘국과대표’ 있잖아? 거기서 김상욱 교수가 재밌게 잘 설명해주니까 그거 함 봐봐.3) 보고 나면 알게 될 거야, 양컴은 이미 우리 현실 속에 깊숙이 와 있는 미래라는 걸. 그 프로그램에서도 누군가가 고전 컴퓨터라는 단어를 사용하잖아?

✪‿✪ 고전 ... 컴퓨터?

(̵̵́˘̩ᴥ˘̩)̵̵̀ 양컴 이외의 모든 컴퓨터를 그렇게 불러.

✪‿✪ 양커... ᅥᆷ? 아~ 양자 컴퓨터란 말이구나! 그럼 고전 컴퓨터는 고컴이라고 하겠네.

(̵̵́˘̩ᴥ˘̩)̵̵̀ 뭐 그건 좋으실대로.


4.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


✪‿✪ 근데 말이야, 컴퓨터에 ‘고전’이란 말이 붙으니까 기분이 이상해. 지금도 세상이 급속히 변하는데, 이제는 아예 다음 차원으로 쑥! 넘어가 버리는 건가 싶어. 인간 없는 세상을 그린 음울한 영화 장면들도 떠오르고 그래. 그리고 주눅이 든달까, 정말이지 양컴의 세계는 나한테 넘사벽일 거 같아. 기존 컴퓨터를 폐물로 만들어버릴 컴터라면, 나처럼 컴터도 잘 못하고 원리는 아예 컴컴한 사람이 어떻게 ...

(̵̵́˘̩ᴥ˘̩)̵̵̀ 이해가 돼. 서둘러 두 가질 말해두지. 일단은, 세상의 모든 컴퓨터가 하루아침에 그런 불상사를 당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컴퓨터 관련 종사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나앉을 재수 없는 소린 하지 마. 그리고 2단은, 내가 칼럼을 ‘심하게 쉽게’ 쓸 거라고 장담했다는 거(기억하나?). 이 말을 막 신뢰하고 싶어지게 근거 하나를 제시하지. 빛은 입자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는 사실과 관련된 건데, 이 얘기 들어본 적 있지? 여러 번 들어봤는데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서) 이게 뭔 소린지,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건지 잘 몰라왔지? 그래, 그 심각하고 엄숙한 얘길 (거의)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써볼게. 단, 글이 길어졌으니 다음 달에. 끝으로 내가 세운 이 연재의 양대 원칙을 공유할게. 첫째, 심하게 쉽게 쓴다. 둘째, 짧게 쓴다.


미주

1)<타짜>에서 호구가 예림에게 하는 대사. https://www.youtube.com/watch?v=Kfs4qFeaUAo

2)브루스 로젠불름, 프레드 커트너, 전대호 역 󰡔양자 불가사의 – 물리학과 의식의 만남󰡕(지양사, 2012). p.184. 특히 9장 「우리 경제의 3분의 1」.

3)JTBC <차이나는 클라스> 중 ‘국과대표’ 2022년 4월 2일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OQFjny8RoGE


편집: 오영진

박성관(독립연구자, <중동태의 세계>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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