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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국연구원

골목식당의 사회학 / 김헌주

“백종원한테 말대꾸는 안하던 새끼”. 한 네티즌이 SBS 예능 [골목식당]의 화제인물인 포방터 홍탁집 사장을 평한 대목이다. 홍탁집 사장은 방송 출연 당시 게으르고 진정성 없는 태도로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고 백종원의 다소 과격한 다그침으로 인해 ‘개과천선’한 인물이다. 그는 역대급 빌런 캐릭터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골목식당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그를 해당 게시물에서 다음과 같이 평한다.


“백종원한테 말대꾸는 안하던 새끼”
“시킨건 어떻게든 다 해오던 새끼”
“손님들한테 한없이 친절한 새끼”
“시장 사람들이랑 사이도 좋던 인싸새끼”

홍탁집 사장 (캡처)

‘새끼’란 표현이 풍자적임을 안다. 따라서 표현의 과도함을 비판하는 건 본질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 프로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입의 맥락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홍탁집 사장에 대한 백종원과 시청자들의 감정이 분노→동정→인정이었다면 처음부터 일관되게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 있다. 바로 포방터 돈까스집 사장이다. 그는 돈까스 3년, 초밥 6년, 마트 델리코너 7년, 횟집 1년으로 요식업 경력 17년의 베테랑이었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단가의 50% 이상을 식재료에 투자하는 진정성까지 갖추었다. 하지만 상업적 감각은 부족해서 늘 적자에 허덕였다. 백종원은 그에게 찾아온 구원자였다. 메뉴를 단순화하여 가게의 컨셉을 잡았고, 포방터 돈까스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방송 이후에도 제반 사정으로 그가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자 제주도에 큰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후원까지 해주었다. 실로 무협지에 나오는 열정 넘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둘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포방터 돈까스집 사장 사례는 골목식당 영웅서사의 정점이었다.


포방터 돈까스집 사장 (캡처)

상반되어 보이는 두 캐릭터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결국 백종원의 몫이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백종원의 능력에 기반한 것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사실 백종원은 호불호를 떠나 보기 드문 팔방미인이다. 성실성, 추진력, 아이디어, 상업적 감각과 언변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실제로 골목식당은 슈퍼맨 백종원의 능력을 십분 활용한다. 홍탁집 사장과 돈까스집 사장은 그 성향과 실력은 상반되지만, 백종원의 지도를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네티즌들 역시 그 점에서 두 사람에 대해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이 극적인 사례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홍탁집 사장처럼 게으르지 않지만 돈까스집 사장처럼 요리에 모든 걸 걸지도 않는다. 눈에 띄는 곳은 깔끔하게 청소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은 대강 가리고, 맛의 일정함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할 조리순서도 상황에 따라 적당히 변경해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는 어김없이 슈퍼맨 백종원에게 발각되고 중간점검에서 혼나는 모습이 반복된다.

백종원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적극 변명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각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으나 프로그램 컨셉상 그들의 모든 변명은 핑계로 인식된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혀를 찬다.


“쯧쯧... 저러니까 장사가 안될 수밖에...”

프로그램의 컨셉 상 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실 조금만 돌이켜보면 이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청소 안하고 잔꾀부려서 부모에게 혼나고, 수업시간에 딴청 피우고 예복습도 제대로 안하면서 성적 안 오른다고 고민하고, 업무시간에 일처리 대충 미루고 있다가 마감 다가오면 허겁지겁 처리하다 직장 상사에게 깨진 경험 등등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다수 사람들이 경험한 그 평범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골목식당 출연자들에게서 발견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교화의 대상’으로만 남는다. 홍탁집과 돈까스집의 성공 사례는 이런 논리를 더욱 강화하는 기준점이 된다.

과포화된 자영업의 현실에 관한 경제학적 논의는 잠시 미뤄두자. 그리고 골목식당의 또다른 스타인 포방터 돈까스집 사장이 그 뛰어난 요리실력에도 불구하고 방송 후에도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는 현실, 그가 백종원의 도움으로 제주도에 큰 가게를 차리게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사례라는 사실도 미뤄두자.


문제는 가장 평범한 자영업자들이 방송에서 온갖 망신을 당하면서까지 ‘살아내야’하는 현실이 아닐까. 각고의 노력을 통해 개과천선한 홍탁집 사장과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요리에 혼신을 다하는(그럼에도 수익을 올릴 수 없었던) 돈까스집 사장이 기준이 되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다. 나 역시 그들의 변화와 성공 스토리를 보고 울고 웃었던 애청자이지만, 그 이면에서 악당으로 설정된 대다수 출연자들의 삶에 더 눈이 간다. 바로 그 평범한 이들의 서사를 각자의 시선에서 복원해보면 어떨까.


김헌주 (충북대 박사 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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