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뮤직’의 미국 시장 진출 사례들로 본 K-Culture 의 세계화 그리고 보편성의 탐구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이라는 고릿적 표현이 있다. 과거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의 성공 사례가 근접한 아시아 지역에 국한 되어 있음을 비추는 시대적인 표현이다. 이미 오랫동안 음악의 성공적인 진출을 말하자면 글로벌 음악 시장 규모 1위인 미국을 빼놓을 수 없고, 빌보드 차트 진출, 그래미상 노미네이트 혹은 ‘미 전국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정도의 아티스트가 되어야 그것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뮤지션들에게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며 정복하기 쉽진 않지만 꼭 도전하고 싶고 욕심이 나는 무대이다.
필자는 미국에서 ‘글로벌뮤직' 혹은 ‘월드뮤직’ 장르의 음악을 하는 한국 아티스트/그룹들을 소개하고 우리음악,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미국 시장에 알리고 있다. 2010년 부터 연간 2-3개 그룹정도 뉴욕의 공연장에 단발성으로 소개를 하다가 2016년 부터 SORI 에이젼시를 뉴욕에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블랙스트링', 민요 록밴드 ‘씽씽', 사이키델릭 국악밴드 ‘고래야' 이렇게 세 팀을 시작으로 정식으로 소속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홍보용 쇼케이스 진행, 공연 마켓 네트워킹을 구축하여, 추후 미국과 캐나다 지역을 포함하는 북미 투어를 기획하며, 바람직한 해외 진출 사례들을 만들어 해외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문화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관객은 호기심이 많다. 특히 ‘글로벌뮤직'을 즐겨 듣고 라이브 공연을 찾아 보는 관객들은 ‘Culturally Curious’ 즉, 문화적인 호기심이 더욱 많고 음악, 음악가, 악기 등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며, 그렇게 찾아 보고 들으며 자연스럽게 팬이 되어 간다. 그리고 그들의 취향은 그다지 까탈스럽지 않고 원만하다. 다르다고 평가하지 않고, 감상이 아닌 즐기고 싶어 하며,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언제든 같이 장단도 맞추고 춤도 추며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미국 관객에게 한때 우리가 유행처럼 쓰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표현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잘 통하는 전략이다. 2010년 처음 한국의 ‘글로벌뮤직'을 미국에 소개할 때도 그렇게 느꼈고, 해를 거듭하면서 2016년 SORI 에이젼시를 설립하고 첫 쇼케이스 무대를 기획 할 때도 같은 생각으로 시작했다. 다만 국악, 민요등 한국의 전통 음악을 그저 가져다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닌 이 시대에 생산된 ‘한국적인 것’에 가장 동시대적 현대적 감성을 담아 선보였을 때 비로소 솔직한 한국적 매력이 발산되고 관객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보편화 혹은 세계화의 실마리가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기심 많은 미국의 관객들은 아티스트와 가까이 소통하기 좋아하고 교육적 기회를 항상 찾는다. ‘글로벌뮤직' 공연을 주로 선보이는 공연장의 대부분은 비영리 단체들이다. 미국 비영리 단체 설립 시 기본 요건 중 하나는 반드시 교육프로그램을 대중에게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장을 찾는 미국 관객들은 교육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직접 보고 듣고 따라하면서 배우는 워크샾, 초중고등학교 학생 대상 교육용 공연, 대학생을 위한 강의, 전문 뮤지션과 하는 즉흥 연주 혹은 마스터클래스, 공연 전후 아티스트와의 대화 등이 자주 하는 교육 프로그램 형식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적인 것'의 진짜 매력을 발산하게 되며 아티스트와 관객 간 튼튼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적인 것'을 충실하게 담고 있고, 세련된 현대적 감성의 공연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두루 갖춘 ‘블랙스트링', ‘고래야' 두 그룹은 줄기차게 미국 프리젠터들의 러브콜을 받아 매년 1-2회 미국 투어를 오고 있고, 아쉽게 해체된 ‘씽씽'은 계속 활동했다면 미국 음악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SORI 에이젼시 아티스트로 최근 국내에서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9인조 국악그룹 ‘악단광칠'의 추후 활동이 주목 된다. 2020년 1월 미국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뉴욕타임즈로 부터 ‘“케이팝과 전통음악을 결합한 아찔한 쇼 밴드”라고 극찬을 받았고, 타이니데스크 콘서트 시리즈로 유명한 공영라디오 NPR은 “와우! 정말 환상적인 음악이고 신나는 공연이다” 라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쇼케이스를 본 절반의 관객이 바로 ‘글로벌뮤직' 프리젠터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쇼케이스 이후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초청을 받았고, 그 해에만 미국 투어가 세차례나 바로 기획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게 멈추고 연기가 되었지만 다시한번 한국 ‘글로벌뮤직' 그룹의 세계화를 지켜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작가, 작곡가, 영화감독, 디자이너등 이른바 한국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보편화 혹은 세계화의 목적을 염두해 두고 창작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관적인 목표로 가장 개인적인 창작품을 만든 것이고, 그것의 세계화 가능성을 본 프로페셔널들 즉, ‘전문가’를 통해 비로소 세계화의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현지의 프리젠터들, 즉 공연을 기획하고 프리젠트하는 공연장, 아트센터 혹은 페스티발의 예술감독들이 전문가이고, 아티스트를 위해 일하는 메니져나 에이젼시들이 전문가이고, 리뷰를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현장을 전달하는 뉴욕타임즈나 NPR 등 미디어들이 전문가 집단인 것이다.
해외에서 인정을 받으면 국내에서도 대중들이 관심을 보이는 흐름은 여전하다. 그래서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갖는 아티스트들은 일단 미국에서 공연을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초연, 데뷔, 진출등 타이틀에 집착하고 이후에 국내에서 그 타이틀을 홍보용으로 사용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클래식 뮤지션들에게 ‘미국 카네기홀 성공적 데뷔' 보다 좋은 홍보 문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카네기홀 정식 초청 기획 공연이었는지, 대관 공연이었는지는 대중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 그렇게 대관 공연들이 성공적인 미국 무대 데뷔로 둔갑을 하고, 일부 해외진출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미국을 찾는 ‘글로벌뮤직' 단체들도 현지 미국 시장의 네트워크가 전무해서 뚜렷한 실적이나 수익도 없이 두세차례 공연을 하고 가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2016년 에이젼시 시작의 뒷 배경에는 이런 싸이클로 미국을 진출하는 사례들을 바로 잡고 싶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케이스를 만들고 싶었다.
SORI 에이젼시 투어는 100% 초청 기획 공연으로 미국 현지의 프리젠터가 기획을 하고, ‘글로벌뮤직' 시장 수준에 맞는 공연 사례비나 교통, 숙박 제공을 받으며 정식 계약을 맺고, 프리젠터의 스탭들이 홍보, 마케팅, 티켓세일을 전담하고 현지 관객을 불러 모으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현지 감독들과 스탭들이 우리 것을 이해하고 홍보해야 제대로 세계화가 진행이 되고 관객들은 그렇게 반응한다. 관객과 소통하며 현지 팬층을 만들고, 기획 단계에서 현지 미디어 인터뷰와 공연 리뷰등을 따내고, 홍보성 쇼케이스 기회를 계속 엿보며 추후의 다른 기회를 항상 염두하고 2-3년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더 나아가, 현지에서 앨범도 내고, 미국 내에서 다른 뮤지션과 경쟁을 하며 장기적인 활동도 꾀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일년 이상 아직도 모든것이 멈춰 있는 상황이지만 올해 말 부터는 다시 미국 투어를 할 수 있을거라 예상한다. 매년 1월초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컨퍼런스인 APAP (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ofessionals)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키노트 스피커로 참여하여 2021년 가을부터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이고, 대면 공연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주어 공연 예술계도 희망적인 기대가 더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고, 실제로 그 예상은 3개월이 지난 지금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케이팝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쥘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들어 국내에서 전통음악이 대중음악 속 한 장르로 굳힘 하는 분위기일 정도로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그룹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중문화는 대중이 형성하는 문화인 만큼 전통문화의 인기도 대중이 더 좋아하는 ‘Popular Culture’ 그리고 더 많은 대중이 따르는 ‘Mass Culture’가 된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타고 “아찔하고, 환상적이며" 관객의 호기심을 충족 시켜줄 전통음악 그룹들이 더 많이 나와 한국의 ‘글로벌뮤직' 장르도 당당히 세계의 대중문화 대열에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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