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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Here and I Am There, 두 지역살이 (II): 공식성-비공식성의 기로 / 김보슬

[그림 1. Here, There_김보슬]

이 시리즈의 목적은 여행이나 일시적인 체류 이상의 진지한 일상생활을 동반하지만, 정착까지는 아닌 주거 양식을 조명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초지역주의를 소환한다. 말 그대로 ‘지역의 경계를 초월하는’ 생활양식을 뜻한다. 초지역적 거주의 대략적인 지형을 둘러보면 이렇다. 일본에는 관계인구, 독일에는 복수주소제가 있고 프랑스에서도 장기 체류 관광을 새로운 형태의 주거로 보고자 하는 시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 앞선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을 통해 ‘두 지역살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주거분열이자 부분 동거라는 특수한 상황을 야기하는 주말부부는 두 지역살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1년 44만 가구였던 부분 동거 맞벌이 가구가 2021년 69만 7천 가구로 증가했다.

또한 ‘농촌 한 달 살기’, ‘섬 한 달 살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지역 학습의 기회로 삼으며 이도오촌(二都五村)·삼도사촌(三都四村) 하는 생활양식 또한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 이에 워케이션(workcation,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도 있다. 워케이션은 휴가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업무방식을 뜻한다. 그간 휴가지로 여겨지던 지역에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주씩 근무하는 방식을 통해 지역 인구 유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지역적 거주는 그 목적과 출발점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 듯하다. 생계와 직결되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따라, 혹은 선택의 출발점이 개인적 열망인지 제도·정책의 영향인지에 따라서 말이다. 이를테면 지역의 경계를 초월하며 ‘살고 일하는’ 생존전략으로서의 초지역적 거주는 대체로 생계나 직업 활동으로 직결된다. 때문에 레저로서의 전원생활이나 유럽의 여름별장 전통하고는 그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그중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인구 이론이다. 도시민의 농촌 정주 촉진을 고민하던 일본은 두 지역에 걸친 생활 복선화를 심층적으로 논의하였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지내는 이지역거주(二地域居住)가 이주·정주의 예비 단계일 가능성에 주목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방인구 급감을 경험한 일본의 과소지역 대응책 강구로부터 기원한다. 2014년 「마스다 보고서」가 일본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지방 이주 논의가 전면적으로 확산되었고 일본 언론은 이지역거주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계인구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도입한 제1기 지방창생정책(2015~2019년)이 지방으로의 U턴, J턴, I턴과 같은 유형별 인구 이동 흐름 만들기를 기본목표에 포함시킨 데에 이어 제2기 지방창생정책(2020~2024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주의 문턱을 낮추고자 하였다. 지방에 대한 정서적 소속감을 강화하여 지역 간의 연계를 진작시키는 방향으로 목표를 전환하고, 다양한 정책인구를 지역발전에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요컨대 일본의 관계인구는 “이주나 관광이 아니라, 일상생활권과 통근권 이외에 특정 지역과 계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된다. 즉, 기존의 지방 이주와 같이 생활기반을 완전히 옮겨 급격한 변화를 감행하거나 현저한 기회비용을 감수하지 않고도 지역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다나카 데루미의 책 『인구의 진화』는 지역에 관여하는 정도나 체류시간에 따라 관계인구를 크게 열 가지로 분류한다. 여기에는 실험이주, 두 지역(복수) 거주, 같은 지역에 반복 방문, 지역행사 개최, 지역기업의 도쿄지사 근무, 먹거리 판매로 도쿄-지역 연결하기 등이 포함된다.

[그림 2. 관계인구의 분류]

프랑스에서도 지역과 거의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는 대중 관광객과 지역에 장기간 머무는 체류형 지역 관광객을 구분하려는 움직임을 찾을 수 있다. 지뜨 드 프랑스(Gîtes de France)는 관계인구의 특징에 착안한 농촌관광정책이라 할 만하다. 지뜨 드 프랑스의 창설 배경에는 지역 활동에 만족도가 높아 자발적인 재방문을 택하는 인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지역에 오래 머물며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행위가 그 지역과의 관계를 깊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는 지방 교부금 차등지원 산정 기준에 정주인구뿐 아니라 지역 내 캠핑트레일러 주차장수, 지역 내 이차주거지 보유자수를 포함해 체류인구와 관계인구를 각각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독일은 초지역적 거주에 참여하는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복수주소제를 운영한다. 복수주소제는 거주자가 주로 사용하는 주택이 위치한 지역을 주 거주지(Haupwohnsitz)로, 주 거주지 외에 추가적인 주택이 위치한 지역을 부 거주지(Nebenwohnsitz)로 부르고 있다.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는 생활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지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주말부부의 경우 실제 거주와 일상 활동의 상당 부분이 직장 근처의 부 거주지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곳을 가장 중요한 생활 기준점으로 본다면 이곳을 주 거주지로 간주한다. 주민은 두 지역을 모두 거주지로 신고할 의무가 있고 부 거주지를 신고한 사람은 해당 지역에 제2거주세(Zweitwohnsitzsteuer)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부 거주지에서의 주택 임차료, 주 거주지로의 이동 경비 등을 소득에서 세액공제 함으로써 납세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방자치단체는 제2거주세 징수를 통해 행정서비스 제공 비용을 충당한다는 장점을 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 거주하는 곳에서 주민등록을 해야 하는 주민등록법이 있어 일반적으로 거주자의 법적 주소는 실제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다. 주소지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제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1월부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른 생활인구 제도가 시행되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상의 거주자뿐 아니라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이는 주민등록지만을 기준으로 한 거주 중심에서 인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의 다양한 관계와 교류를 중심으로 인구 관점을 확대한 것이다. 이것은 일본에서 과소지역 정책으로 제안된 관계인구 개념의 한국적 적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3. 목적 및 주도권에 따른 초지역적 거주의 유형]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와 달리 법령에 따른 신고 의무가 없어 아직까지 합의된 집계방식이 없다. 그렇지만 같은 시기에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 등 지역과 지역이 맺는 관계를 다각화하려는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러 지역을 동시에 살아가는 초지역적 거주자들에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하다. 이 글의 주제인 두 지역 거주자들은 생활인구와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다. 사회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로 등장한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시대에 적응하고 생존하려는 의지에 연원하고 있다.

초지역적 거주가 어떤 목적에 치중해 있고 누구로부터 그 주도권이 출발하는가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면 그림 3과 같다. 관계인구와 생활인구는 영역 전반에 넓게 걸쳐져 있다. 반면 국제 트랜스 이주는 자산에 대한 접근성, 기회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한 개인의 열망 위에 성립하고 가장 극대화된 생존전략이다. 두 지역살이는 통근, 통학,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을 통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점에서는 관계인구와 유사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지역소멸과 무관하게 개인의 성장이나 구직 기회를 찾기 위한 사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으며, 국제 트랜스 이주자들의 ‘아래서부터 위로의’ 노동 네트워크와 유사하다. 생활인구․관계인구가 의도적으로 발명된 ‘위로부터의’ 개념이라면, 두 지역살이는 우연적으로 발생된 ‘아래로부터의’ 경험이며, 생활인구․관계인구와 두 지역살이 사이에는 공식성과 비공식성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어지는 편에서는 두 지역살이를 경험한 문화정책 전문가와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초지역적 거주의 단면을 보다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김보슬(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공공예술 M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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