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대화편이나 공자의 『논어』가 예증하고 있듯이 동서를 막론하고 철학은 대화를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유는 대화에서 싹틉니다. 대화는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인데 이해와 돌아봄(반성)이 곧 사유인 것입니다. 3인칭에 머물러 있던 타자는 대화 상대자가 되면서 2인칭으로 격을 달리해 사유에 동참합니다. 대화는 3인칭과 1인칭으로부터 2인칭이라는 새로운 시점을 창출하는 획기적 사건입니다.
대화로 말미암아 사유는 더욱 예리하고 풍성해집니다. 자신이 미처 짚어내지 못한 부분을 대화 상대자가 짚어주거나 대화를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되곤 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달리 조건 지어진 유한자이기 때문에 각자에게 주어진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대화 상대자의 눈을 통해 세상과 텍스트를 달리 보게 되는 대리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이해의 경계를 깨뜨려 변화의 계기를 얻게 되곤 합니다.
이에 비해 대화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2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치에 이르지 못해도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성과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서로의 견해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사안에 대한 시각의 다양성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견해를 점검하게 되고, 상대의 견해가 노정하는 장단점을 통해 사안을 보다 입체적으로 헤아리게 되는 것입니다. 논증이나 비판은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로서 그것 역시 대화에 부쳐져야 합니다.
반면 대화의 부재나 단절은 2인칭의 부재나 소멸을 야기합니다. 서로는 서로에 대해 굳게 잠긴 문이 됩니다. 대화가 없는 상대는 나와 엮일 일 없는 3인칭 타자일 뿐입니다. 대화를 한다 해도 그것이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면, 앞서 살펴본 의미에서의 2인칭적 대화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상대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가르침은 대화의 2인칭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생 시절 수업 중에 박동환 교수님(연세대 철학과)이 이끄는 대화와 토론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2인칭적 대화와 토론을 매개로 대학원생들과 함께 철학이라는 심해를 탐사하는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미국 유학시절 대학원 수업에서는 코코란 교수님(John Corcoran, 뉴욕주립대(버팔로) 철학과)이 역시 2인칭적 대화와 토론을 매개로 대학원생들과 함께 논리학이라는 또 다른 심해를 탐사하는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두 분의 소크라테스적 교수법에 매료되었고 대화의 중요성에 눈 떴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읽은 글들에 제 생각을 섞어본 책을 지어냈습니다. 그것은 3인칭으로 주어진 글과 1인칭인 저 사이의 2인칭적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인칭적 텍스트와 1인칭적 생각의 접점에서 양자를 넘어서는 어떤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입니다. 동과 서를 가리지 않고 제 관심이 이끄는 글을 찾아 읽었지만, 지금까지 지어낸 저의 책이 준거하고 있는 글의 저자들은 모두 먼 과거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김영사, 2020)에서는 제가 걸어온 철학의 길에서 만난, 제게 영향을 미친 동시대 사람들로 대화 상대자의 범위를 설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20세기와 21세기 한국이라는 지역성과, 철학이라는 주제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의 얼개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부 ‘현대철학의 지형도’에서는 한국 현대철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현대철학의 면모를 조망하는 글들을 통해 현대철학의 지형도를 그려보았습니다. 1장 ‘동일자의 생애’에서는 전통 철학에서 현대철학으로의 이행을 동일자에서 타자로의 주제 변환의 관점에서 서술했습니다. 2장 ‘한국현대철학의 지형도’에서는 서양현대철학이 한국에 수용되면서 형성된 한국현대철학의 지형도를 대륙철학과 영미철학 사이의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그려보았습니다. 3장 ‘철학과 사회’에서는 분석철학이 한국에 수용되는 과정과 현황, 한국철학의 정체성 문제, 학제 간 연구와 융합연구, 역사철학 등의 주제를 대화로 풀어내고, 4장 ‘철학사의 울타리와 그 너머: 로티와 김상환 교수’에서는 대표적 탈현대 사상가로 국외에서는 로티(Richard Rorty)를, 국내에서는 김상환 교수를 택하여 이들의 탈현대적 철학사론이 지니는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2부 ‘고유섭과 서영은’을 시작하는 5장 ‘고유섭의 미술철학’은 고유섭의 저술들에 대한 독해를 통해 우리 예술사의 철학을 살펴보며, 이 과정에서 우리 학계가 전통으로부터 전수받은 문화소(文化素)들의 함축과 한계를 가늠해 보는 마당입니다. 서영은의 소설들을 니체의 철학과 견주어가며 허무주의의 극복이라는 이 시대의 과제에 대한 하나의 시도로 읽어내는 6장 ‘우리는 누구인가: 서영은 문학의 철학적 독해’는 서구의 시대정신이 우리 문학에 미친 영향과 그에 대한 우리의 응답을 짚어보는 장이기도 합니다.
3부 ‘김형효와 박이문’에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한국철학자로 김형효 교수와 박이문 교수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7장 ‘김형효의 노장 읽기’의 주요 텍스트인 김형효 교수의 『노장사상의 해체적 독법』은 포스트모던 사상으로 우리 학계에 소개된 해체주의를 동아시아의 대표적 사유의 하나인 노장사상에 접목한 획기적 저서입니다. 이 책의 성공에 영향 받아 『노자에서 데리다까지』를 위시해 여러 종의 유사한 연구물들이 출간되기도 했는데, 이로 말미암아 동양의 고전 사유가 현대의 철학과 종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장에서 저는 노장에 대한 김형효 교수의 해체적 독법이 지니는 의의와 문제점을 몇 가지 범주로 대별해 구체적이고도 비판적으로 거론했습니다.
8장 ‘박이문의 철학세계’에서는 박이문 교수의 광활한 사유세계를 탐사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박이문 교수는 국문 저술 이외에도 영문으로 쓰인 방대한 분량의 저술들이 있는데, 이들은 그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조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의 국문 저술뿐 아니라 영문 저술들을 섭렵하여 그가 전개하는 논지의 결함과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보완해 나가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 장은 예술과 생태학으로까지 뻗쳐 있는 박이문의 넓은 관심사를 추적하는 학제 간 횡단 연구의 형태로 전개됩니다.
4부 ‘토론과 대화’를 여는 9장 ‘토론과 스케치’에서는 승계호, 이기상, 이진경, 박영식, 최진덕 교수 등 국내외에서 활동해 온 대표적 한국현대철학자들의 저술들을 비판적으로 거론하여 이들이 기여한 한국현대철학의 현황을 조망하고 이들 분야들에 대한 국내외 연구의 현황을 점검했습니다. 10장 ‘대화’는 저의 인터뷰와 학생들과의 대화가 담긴 장인데, 시대가 철학에 부과하는 사명, 철학의 본령이 기술문명 시대에 굴절을 겪게 되는 과정, 미래의 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한국 사회의 당면 문제들과 결부해 하나하나 살펴나갔습니다.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는 대중서나 교양서가 아니라 학술서를 지향하지만, 소수의 해당 전공자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인문학, 나아가 문학이나 예술과 같은 인접 분야의 고급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기대합니다. 불통의 전문성만을 고수하다 고립을 자초해 위기에 빠진 한국현대철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의 하나를 이 책이 보여주었기를 희망합니다. 대화가 없었던 독백의 한국현대철학을 학술광장으로 이끌어 거기서 공적인 검증을 받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체제를 대화 중심으로 방향 잡은 주된 연유입니다.
한 학계가 연구 역량을 축적하려면 선대의 연구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비판적 계승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학계는 늘 해외 학술동향과 같은 외풍에 휩쓸리는 종속성을 탈피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수입된 해외의 학문이 설령 한국에서 어떤 성과를 낸다 해도 그것이 제대로 평가‧계승되지 못한다면, 이 또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오류를 반복하게 됩니다.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에서 저는 절실히 요청되는 우리 학문에 대한 정당한 평가 작업을 수행하려 했습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선배의 학문에 대한 평가를 넘어 나름의 철학적 비전을 제시하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두 작업이 서로 연결되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선행 연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학문을 개진한다 해도 그것이 어떤 학문적 배경에서 잉태된 것인지가 불분명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오류들을 극복해 우리 철학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창의적으로 이어나가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는 해석학자 윤유석 씨(연세대 철학과 박사과정)와 함께 준비 중인 후속작 『대화의 해석학』(세창출판사, 근간 예정)과 짝을 이루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가 제가 만나 교류했던 동시대의 철학자와 예술가와의 대화를 줄거리로 하고 있다면, 『대화의 해석학』은 제가 그동안 지어낸 일곱 권의 책들을 텍스트로 윤유석 씨와 나누었던 대화를 줄거리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에서 제가 동시대의 철학자와 예술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면, 『대화의 해석학』에서는 역할이 바뀌어 제가 인터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의 마지막 장에서 제가 이미 인터뷰의 대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대화의 해석학』은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의 해석학』에서는 현대철학, 영미철학, 대륙철학, 비교철학, 한국철학, 역사철학 등 철학의 다양한 영역과 주제에 대한 저의 발제를 시작으로 그에 대한 윤유석 씨와의 토론이 이어집니다. 거기에는 철학을 바라보는 두 저자의 개성적인 시선이 반영되어 있으며, 단순한 정보전달 위주의 철학 강좌와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여러 특징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대화의 형식으로 진행된 만큼 그 내용에는 철학에 대한 일방적인 소개와 수용을 넘어서 ‘비판’과 ‘재비판’이라는 생생한 토론의 과정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꼽습니다.
첫째로, 『대화의 해석학』은 ‘대륙/영미,’ ‘서양/동양,’ ‘이론/실천’이라는 구분을 넘어서 철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저는 미국에서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모순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영미철학을 넘어서 다양한 철학의 분야들을 꾸준히 연구해왔습니다. 저는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 논리철학적 탐구』(문학과지성사, 2002)과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 자연주의적 해석』(아카넷, 2022), 『역사적 분석철학』(서강대학교출판부, 2024) 같은 영미철학 연구서들 이외에도, 『데리다와 비트겐슈타인』(뉴턴 가버(Newton Garver)와 공저, Temple University Press, 1994; 민음사, 1998; 수정증보판 동연, 2010)과 『크로스오버 하이데거: 분석적 해석학을 향하여』(생각의나무, 2010; 수정증보판 동연, 2021)처럼 대륙철학자들을 다룬 단행본들을 쓰기도 했습니다. 『동아시아 사유로부터: 시공을 관통하는 철학자들과의 대화』(동녘, 2018)에서는 유교, 불교, 도가의 사유를 현대철학의 눈으로 성찰하였고, 김형효와 박이문 등 한국의 현대철학자들을 논평한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와 한국의 역사,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담은 『우리 역사의 철학적 쟁점』(소명출판, 2021)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대화의 해석학』은 저의 이러한 관심의 스펙트럼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대화의 해석학』은 저의 철학 여정에 대한 자기 고백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대학의 학술적 철학이 얼핏 어렵게 느껴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철학이 강단에서 전달될 때 대개 ‘맥락’이 상실되고 만다는 점 때문입니다. 특정한 철학자의 개념이나 주장이 마치 단독적으로 취급될 수 있는 지식인 것처럼 제시되다 보니, 그 개념이나 주장이 도대체 어떤 고민으로부터 나온 것인지가 불분명해지는 것입니다. 가령 칸트가 ‘시간’과 ‘공간’을 감성의 형식으로 제시하였고 ‘12 범주’를 지성의 개념으로 제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실이 정확히 어떤 철학적 의의를 지니는지까지 우리가 곧바로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칸트가 감성의 형식과 지성의 개념을 강조한 ‘맥락’을 알기 전까지는, 그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하는 공허한 말로만 남을 뿐입니다. 특별히, 이와 같은 ‘맥락’으로는 그 철학이 출현한 사회적-역사적 배경도 중요하겠지만, 그 철학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개인적-실존적 배경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마도 이 책은 철학이 어떤 개인적-실존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본래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난해한 듯 보이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와 비트겐슈타인의 사유가 우리 각자의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데 어떤 길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조명해줄 것입니다.
셋째로, 『대화의 해석학』은 ‘대화’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쓰였습니다. 여기서 ‘대화’는 이 책을 구성하는 형식일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즉, 철학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1인칭적 독백이나 3인칭적 관찰이 아니라, 2인칭적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철학이 우리에게 밝혀주는 진리란, 주관적 심리 상태에 대한 진리도 아니고, 객관적 사물에 대한 진리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성립하는 ‘사람의 진리’와 ‘사람의 사실’이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입니다. 즉, 이 책에서 소개되는 내용들은 철학의 역사나 철학의 주제에 대한 뻔한 개론 수준의 설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의 내용들은 ‘2인칭 철학’이라는 저의 분명한 철학적 입장에 따라 구성되어 있습니다. 철학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소개와 비판도 2인칭 철학의 관점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일반적인 지식 나열식 철학 입문서에서는 접하기 힘든,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화의 해석학』이 수록하고 있는 대화는 결코 미리 정해진 대본을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강좌를 준비하면서 저와 윤유석 씨는 사전에 대략적인 질문지와 답변지를 공유하긴 하였지만, 실제 대화의 상황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꽤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였습니다. 저는 사안의 정곡을 찌르는 윤유석 씨의 당찬 도전에 자극을 받았고, 질문자인 윤유석 씨는 제가 종종 예상을 훨씬 벗어난 답변을 할 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낯섦, 돌발적임, 예측 불가능함, 당황스러움은 대화의 끝에 이르러서는 매번 커다란 즐거움과 유익함을 남겼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사태들이 대화의 과정을 통해 중요한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철학에 대한 서로의 관점도 여러 면에서 바뀔 수 있었습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느꼈던 대화의 경험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책이 단순한 정보 전달의 역할을 넘어서 ‘철학함’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로 읽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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