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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국연구원

지역학 연구에서 근대 시기 연구를 위한 ‘근대 문헌’의 수집과 활용안 / 유춘동

최종 수정일: 10월 14일


 1. 근대 시기 지역학 연구를 위한 자료 수집의 문제


우리 학술사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 지역문화에 실질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를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에 시작된 지방자치제도부터였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연구만을 위해서 전문 연구기관을 세우고,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서는 특화된 지역학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여, 국문학・역사학・민속학・사회학・인류학・지리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2000년대에 들어와서, 지역과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제 전문연구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확산되었다. 이로 인하여 각 지역에서는 지역을 주제로 각종 지역사・지역문화연구・지역 대상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학 관련 자료’의 수집과 확보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국책 사업이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운영하는 지역거점 자료센터이다. 이 사업은 전국을 권역으로 구분하고, 해당 권역에 거점 연구소를 정하여, 각 지역에 산재한 자료를 수집하고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각 지역마다 상당한 양의 지역학 자료가 구축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지역거점 자료센터’에서 수집하고 있는 자료는 대부분 1910년 이전 시기에 산출된 고문헌 자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학계와 젊은 연구자들의 주된 관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근대 시기’에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산출된 각종 ‘근대 문헌’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1).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지역거점 자료센터’에서도 근대 시기에 간행된 근대 문헌을 수집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근대 시기에 산출된 근대 문헌은 각 분야별로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연구 분야와 연구 목적에 따라서 자료의 수집 및 수집 방향 설정이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할 작업, 수집하고 아카이브로 구축해야 할 작업 및 자료 등에 대해서 제언하고자 한다.

     

  2. 근대 시기 지역학 연구를 위한 자료 활용의 방안

     

현재 각 학문 분야 연구자들은 한목소리로, 일제강점기에서 해방기에 산출된 ‘근대 문헌’을 시급하게 수집하고 정리해야 할 자료로 꼽고 있다. 근대 문헌은 앞서 언급했던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외에도, 국가기록원의 조선총독부 기록물,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데이터 베이스와 한국 역사 정보 통합시스템, 국립중앙도서관 지식정보통합검색, 국회도서관 DB 구축 사업을 통해서 상당량의 자료가 구축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문화재청에서 근대문화유산 제도를 시행하면서, 이 시기에 산출된 자료들을 분야별로 나누어 조사하고 자료의 중요도에 따라서는 이를 유/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업을 통해서, 근대 문헌이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정리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도 누락되거나 정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자료가 많다. 국가 기관에서 정리한 근대 문헌은 공개가 되고 공개의 속도도 빠른 편이지만, 지역 기관, 사설 기관, 특정 용역 연구 등을 통해서 정리된 근대 문헌은 이 부분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연구자가 필요한 자료를 재조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움 속에서 진행된 귀중한 작업의 결과가 합리적인 통로를 통해서,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방안이 요구된다.


근대 문헌이 수집되고 활용되기 위해서는 일본어로 작성된 자료의 처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이다. 일제강점기에 산출된 근대 문헌은 대부분 일본어로 작성되어 있다. 이렇게 일본어로 작성된 자료는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야만 정리할 수 있다. 해당 언어를 모르는 인력이 자료를 정리할 경우에는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자료를 간단히 처리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근대 시기 연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어로 작성된 자료의 처리를 위한 전문가의 도입 방안이 요구된다.

근대 시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조선 전 지역의 전체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도세일반(道勢一斑)』, 『도세요람(道勢要覽)』, 『군세일반(郡勢一斑)』 등이 있다. 이 책자들은 조선총독부에서, 식민지 지배 이후 조선 각 지역의 경제, 사회, 역사, 문화의 발전상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매년 제작된 것이다. 이 책자에는 지역의 연혁(沿革), 지세(地勢), 호구(戶口), 교육, 종교, 위생 등의 인문 정보, 농업, 상공(商工), 수산(水産), 교통, 운수(運輸), 무역, 금융, 물가(物價), 임금 등의 경제 정보와 이를 시각화한 통계 자료, 지역민들의 직업 및 주거 상황 등의 인적 정보, 지역의 문학, 역사문화를 자세히 기술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자료에는 지역과 관련된 ‘사진’으로 수록해 놓았다2).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자료를 그동안 조선총독부의 단순한 홍보물 또는 선전물로 인식하여 방치했다는 점이다. 최근에 와서야 이 책자를 근대 시기의 각 지역 연구의 기본/기초 자료로 인식하면서, 지자체별로 이 책자에 대한 체계적인 수집, 번역,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이 책자는 국내 각 기관, 국립중앙도서관, 그리고 일본의 국회도서관 등에 분산되어 소장하고 있다. 근대 시기, 특히 일제강점기 조선 전 지역의 연구 및 지역학 연구를 위해서는 이 자료를 지역별・연도별로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하여, 지속적으로 번역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근대 시기 조선총독부에서 간행된 자료, 각 지역에서 간행된 지역학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보고(寶庫)는 ‘한국연구원’이다. 한국연구원에는 현재 근대시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1970년대 이전까지, 국내 각 지역에서 발행된 『도세일반』과 같은 자료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강원휘보(江原彙報)』이다.

이 자료는 일제강점기 강원도청에서 강원도의 발전상, 강원지역의 행정 및 정책의 제시, 도정(道政)의 성과 등을 선전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매달 간행한 잡지였다. 1937년 5월에 창간되었고, 현재 1937년 12월호 발행분만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이 잡지는 학계와 일반인들에게 존재가 알려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연구원에서 간행하는 등재학술지 『한국연구』를 통해서 해당 자료가 영인되고 내용이 소개되었다. 이로 인해 일제강점기 강원지역학 연구에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유형의 자료는 현재 한국연구원에서 다수 소장하고 있다. 국내 각 지역에서는 근대 시기 지역학 연구를 위하여, 본 기관을 이용하고 이 자료를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연구원과 협조하여 해당 자료의 연구, 번역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근대 시기 각 지역의 경제, 정치, 역사, 민속, 문화의 상황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당대 발행된 신문과 잡지이다. 그 중에서도 <동아일보(東亞日報)> 문화면에 연재되었던 <내 고을 명물(1926.6∼1927.3)>과 <내 고장의 풍속 습관(1927.1∼1927.3)> 등은 일제강점기 지역학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해당 연재물은 조선총독부에서 출간했던 자료나 ‘조선 조사보고 사업’ 등에 대항하여, 동아일보사에서 전국에 살고 있던 동아일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역사, 민속, 문화를 직접 발굴하여 신문에 투고하고 이를 소개하도록 한 코너이다. 두 연재물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등에서 다루지 못했던 조선의 다양한 역사, 민속,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해당 연재물에는 당대 독자들이 내용과 관련하여 보낸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것을 현재 남아있는 문화유산의 모습과 견주어 보면 중요한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근대 시기에서 일제강점기, 국내 각 지역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근대 문헌은 조선총독부에서 간행한 단행본은 물론, <동아일보> 등의 대중 매체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시기의 역사문화자원, 생활문화자원을 기록화하고 체계화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자료의 활용 및 문제점 등을 생각하며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3. 근대 시기 강원학 연구의 주요 사례

     

근대 시기, 근대 문헌에 기반을 두어 강원도를 일반인들과 전문연구자들에게 충실히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강원도민일보의 박미현 기자와 춘천학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춘천 디지털 기록관’을 들 수 있다.

박미현은 강원도민일보의 기자이다. 현직 기자인 장점을 살려, 강원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근대 시기 및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각종 근대 문헌 등을 발굴했고, 특히 2000년대부터는 논의되지 못했던 “강원지역 여성 사료 발굴・정리” 작업에 헌신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의 결과를 [시대를 연 강원 여성], [항일 운동과 강원 선각 여성] 등의 기획 연재 기사를 통해서 일반인과 전문연구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박미현의 옛 신문 속 강원도 읽기> 연재를 통해서, 강원 지역의 간호사・이발사・운전사 합격자, 120년 전에 실린 신문광고, 춘천 신씨(申氏) 4형제의 특별한 한글 사랑, 양양 물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관동학우회 100년의 희망, 철도에 얽힌 열망과 질곡, 강원도청 이전설과 건축비, 화전민 마을에서 무슨 일이, 춘천기업 전습소 개혁파 학생들, 일제강점기 설악산 신흥사 스토리, 근대 다목적 공간 삼척 죽서루, 그 많던 고래는 어떻게 사라졌나, 북강원도와 동해북부선, 강원도 임시의정원 의원 김진우의 묵죽화, 호외로 발행된 강릉 항일운동과 같은 근대 시기 ‘강원학’ 연구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미현의 옛 신문 속 강원도 읽기>는 근대 시기에 발행된 신문에 수록된 강원도 지역의 주요 사건, 사고, 인물 기사 등을 발굴하여, 이를 수도권 지역의 사례와 비교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강원 지역의 사회사적, 문화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박미현의 이러한 연구는 근대 시기 신문을 활용한 지역학 연구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방법론은 강원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근대 시기 국내 각 지역의 지역학 연구의 주요 사례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강원학 연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기관으로 ‘춘천학연구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누리집에 ‘디지털 기록관’을 개관하여, 춘천지역과 관련된 ‘사진-일반문서-박물류-고신문-도서간행물-조사보고서 영상’ 등을 수집하여 공개하고 있다. 이중에서 주목해 볼 것은 옛날 신문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근대 시기에 발행된 신문을 대상으로, 춘천 지역과 관련된 기사를 발굴 및 재정리하고, 이를 아카이빙하며 해당 기사가 지닌 의미를 부여하는 순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매일신보>, <부산일보>에 게재된 춘천지역, 강원지역 관련 기사를 정리・완료하였다. 앞으로 근대 시기에 공개된 다양한 신문 디지털 아카이빙 전체에서, ‘춘천지역’, ‘강원지역’ 관련 내용을 정리할 예정이다.

옛날 신문을 아카이빙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옛날 신문은 구한말, 일제강점기, 해방기, 미군정기, 한국전쟁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근현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를 보여주는 1차 사료로서 중요하다. 특히 옛날 신문은 1차 사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근현대사 연구, 교육, 출판, 영화제작,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다만 강원지역학 연구에서 신문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한다.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신문은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두 가지가 있다. 현재 두 신문 모두 아카이빙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간행된 과거의 신문을 아카이빙 하는 작업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원학 연구의 도약과 발전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두 신문을 아카이빙 작업이 필요하다. 아카이빙이 이루어져야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고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지역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근대 문헌의 활용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강원 전역에는 다양한 지역학 연구기관이 설립되었다. 각 기관에서는 연구를 위하여 예산을 편성하여 각종 근대 문헌을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각 기관에서 구입한 자료는 대한민국 대표 전자정부 누리집인 이뮤지엄(emuseum)에 등록하고 있다. 이뮤지엄은 전국에 있는 각 박물관의 소장품에 대하여 지역별, 시대별, 유형별, 이미지 검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이트에서는 기관에서 정리된 자료, 기관에서 선별된 자료만을 검색 및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3. 전국 박물관 소장품 검색 e뮤지엄 누리집(출처: e뮤지엄)

강원도에 설립된 각 기관은 이미 상당한 양의 근대 문헌을 확보한 상황이다. 강원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 기관이 연계하여 자료를 공개하고 중복 자료의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기관별로 경쟁적으로 자료를 수집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이뮤지엄 공동 운영, 근대 문헌 수집과 구축에서 연구 기관 간의 연계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원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사・지역문화연구・지역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제안이다. 지역학에 연구는 이제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학의 교육적인 연계는 초등교육 과정에만 국한되어 있다. 지역학의 확산을 위해서는 교육과정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의 교육과정은 입시제도와 얽혀 있기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중등교육에서도 지역학에 관심을 갖고 교육과정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2015 교육과정 공표 이후에, 우리 교육의 현장은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화, 학생 중심 선택 교육과정 운영, 에듀테크를 활용한 온 오프라인 연계 혼합형 수업(blended learning)”처럼 미래형 교육과정, 인재양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 방안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가 살고 있는 마을과 연계한 교과목의 편성 운영, 민주 시민교육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호만 외칠 뿐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지역사・지역문화연구・지역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미주>


1)  근대 시기는 학문 분과별로 시대 설정에 다소 차이가 있다. 국문학이나 서지학 분야에서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기(1945년)를 근대 시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시기에 산출된 각종 자료를 ‘근대 문헌’이라고 부른다.

2) 유춘동·이혜은, 「일제강점기 지역 선전매체 <부세일반(府勢一般)>의 구성과 시각화 전략」, 『철학∙사상∙문화』 30, 동국대 동서사상연구소, 2019. 107-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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