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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문학하기 3 <윤동주 시를 읽은 반고흐> / 오영진

최근 나는 한국문학이론과비평학회에서 김응교 교수가 발표한 <윤동주와 반 고흐>(22.07.01) 라는 발표문을 읽으며 시인 윤동주와 반고흐 간의 영향관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윤동주 본인이 실제로 반고흐 화집을 사숙한 흔적이 남아 있고, 그의 작품 세계에 반고흐가 주로 다루는 소재들이 일부 드러난다는 주장이었다.


어떤 관점이 서면 그 관점으로 강조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중세 흑사병 이후 삶의 궁극적인 허무함을 드러내는 정물화 장르. 바니타스라는 개념으로 반고흐의 <해바라기>를 해석하고, 그 같은 관점에서 윤동주의 <해바라기 얼굴>라는 시를 읽어보니 윤동주에 대한 반고흐의 허무주의적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대 한국문학에서 일반적인 해바라기의 상징성을 규명할 수 있고, 그것과 반고흐의 바니타스적 해바라기 사이 변별점을 찾을 수 있다면 윤동주의 반고흐가 영향관계가 확실히 보일 것이다.


물론 아직 가설일 뿐이다. 어쩌면 해바라기 자체가 보여주는 생명력과 죽음의 병존, 아이러니, 양가성은 윤동주와 반고흐의 전유물이 아니라 더 보편적인 특성일 수 있다. 참고로 해바라기는 과거 조선에서는 한결같이 해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충직함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충직함과 허무함 사이의 간격은 크고 그래서 이 연구의 관점이 흥미롭다고 판단했다.


한편, 자화상을 통해 자기자신에 대한 끝없는 반성과 가장 고독한 단독자 되기의 경험에 대한 김응교 교수의 서술은 반고흐와 윤동주 양 예술가 모두가 멜랑콜리 미학의 정점에 다다른 예술가가 아니었나 하는 판단이 서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동주 예술의 근원으로서 반고흐’가 아니라 윤동주 문학을 반고흐 그림과 ‘병렬해서 읽을 수 있는 관점의 발명’일 것이다. 읽는 이에게 오해를 주지 않도록 ‘멜랑콜리 미학의 관점에서 본 윤동주와 반고흐’정도의 제목으로 관점을 세워주는 것은 어떨지 학회장에서 제안했다.


반고흐 덕분에 윤동주 읽기가 더 입체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 점만으로도 수업현장에서 학생들과 윤동주를 같이 읽기가 더 수월해진다. 온갖 미디어를 사용하는 우리 시대, 문학을 더 입체적인 텍스트로 변용해 작품의 근원에 도달하도록 해석의 방법론을 만드는 일 역시 문학연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서로 다른 것에서 유관한 것을 찾기'가 해석의 중요한 포인트라면 이 같은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오늘날의 인공지능 기술이다. 최신 인공지능은 자연어처리모델과 이미지인식 기술을 활용해 이전에 학습한 적 없는 이미지도 입력된 문장만으로 그려낸다. 직접적인 연관을 규명하기 어려운 영역에 인공지능은 외삽법을 통해 가능성의 문제를 가시적으로 만든다. 나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자신이 없지만 어떤 가설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로서 사용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윤동주 시에서 반고흐의 흔적을 찾는 일(역사적 고증)과 반고흐 안에서 윤동주를 찾는 일(시뮬레이션)의 사이 더 의미있는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 제시될 날이 올 것이다. 아래의 결과물은 필자가 인공지능 MidJourney Bot에게 오늘 아침 (2022년 7월 01일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윤동주의 시 [자화상]을 프롬프팅해서 반고흐 풍으로 생성한 결과이다. 김응교 교수의 연구를 패러디하자면 <윤동주 시를 읽은 반고흐>라는 가상의 발표도 가능하지 않을까. 비록 시뮬레이션적 상상이지만 이런 비교와 참고가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본 창작물 텍스트의 저작권은 오영진 작가와 Midjourney에게 있습니다.

**교육용이나 연구용 예시로 텍스트를 사용하시는 것은 자유이며 대신 아래 이메일로 그 인용사례를 보고 해 주십시오. (michidoroc@hanmail.net 오영진)


오영진(AI공포라디오쇼 2022 연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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