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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국연구원

김건희 여사의 표절 논란과 시스템 악행 / 구연상

국민대 재조사위원회는 2022년 8월 1일 김건희 여사의 연구부정행위 여부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그 요지는 박사학위논문과 연구논문 2편은 연구부정행위가 아니고, 나머지 1편의 학술논문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김 여사의 표절 문제가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국민대가 누구라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는 표절 사실에 대해 ‘표절 아님’의 판정을 내렸다는 것은 이 문제가 대학의 ‘이권(利權) 카르텔(Kartell)’에 걸린 문제임을 나타내기 때문이었다.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의 학위를 수여(授與)하는 일은 대학의 가장 큰 이권이자 권력이다. 만일 김 여사가 ‘표절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갔다면, 그것은 국민대에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대 총장윤리위원회[앞으로 “그들”로 줄임]가 국민대의 명예와 이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김 여사의 표절 논란의 실체를 올바로 밝혀 잘못된 바를 하루 빨리 바로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내린 결론은 국민대 구성원의 명예를 조롱하고 그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나는 그들이 김 여사 논문의 표절 사실을 명백히 확인하고도 그 판정 결과를 뒤바꿔 조작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바꿔치기의 목적은 단순히 김 여사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주기 위한 데 그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나중에 쉽게 들통날 수도 있는 아주 단순한 표절 사실까지 덮어버리면서까지 김 여사를 비호한 까닭은 그것이 속살같이 숨겨진 그들의 이권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유혹자 효과]가 작동하는 공간 속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악행을 저지를지라도 그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시스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의 ‘검증 시스템’은 ‘이권 카르텔’로 뭉친 몇 사람에 의해 편파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그로써 김 여사는 ‘표절 아님’이라는 공식적 정당성을 획득한 반면 나는 표절 피해뿐 아니라 불공정 검증 피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되었다. 이제 내가 받은 피해는 그 어디에서도 영원히 구제받지 못하게 된 셈이지만, 이러한 표절 피해는 나 한 사람에게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대 졸업생을 넘어 대학 전반으로까지 커져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한, 김 여사의 논문 표절은 ‘악행(惡行)’이 된다. 그런데도 그들은 짝짜꿍이로 ‘시스템 악행’을 저지른 뒤 비공개의 ‘당당한 침묵’ 속으로 무책임하게 숨어버렸다.


그들의 결과 발표 뒤, 나는 피해자로서 그들의 악행을 세상에 밝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나는 교수이기에 앞서 철학자였다! 진리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참인 것을 참이라 말하고, 거짓인 것을 거짓이라 말할 줄 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2022년 8월 5일 나는 김 여사가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에서 내 논문을 얼마나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표절(剽竊)했는지를 알리는 1시간 분량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1)에 올렸다. 나는 이 영상에서 “인용(引用)”[=출처를 밝힌 따오기]과 “표절(剽竊)”[=몰래 따오기]이 비록 한 끗 차이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용은 ‘클레오스’[=기림]가 되는 반면 표절은 도둑질이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유튜브 영상 캡처

표절 부분 비교 사진

그런데 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은 2022년 8월 8일 김 여사 논문의 표절 여부를 “연구자들의 기준”에 근거해 판단했다고 말했다.2) 이는 내가 유튜브 영상에서 밝힌 ‘학문적 표절 판단의 기준’을 ‘연구자들의 기준’으로 맞바꿔 놓으려는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었다. 표절에 대한 규정은 김 여사 논문이 출판된 2008년 2월보다 1년 앞선 2007년 2월에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로 이미 명확히 규정되어 있었고, 2022년 현재는 그때보다 더 엄격하고 세밀하게 명문화되어 있다.


국민대의 검증 판결문 가운데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나…표절은 아니다”라는 논리는 ‘도둑질은 했지만 도둑은 아니다.’라는 식의 앞뒤가 어긋난 말일 뿐 아니라, 표절이 일부만 이루어졌다는 내용 또한 검증단이 내놓은 ‘전방위적인 표절이 확인됐다.’라는 검증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유사도가 높은 부분은 대부분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의 고찰’에 [국한되고,] 학문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였다.]”라는 판단은 ‘모든 종류의 표절을 금지(禁止)하고 있는’ 학계의 연구윤리를 정면으로 부정한 가짜 뉴스인 것이다.


2022년 9월 6일, 내가 참여했던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김 여사가 쓴 모든 논문이 ‘표절의 집합체’이고, 김 여사는 모든 논문에서 ‘악의적 표절’을 저질렀다는 검증 결과를 내놓았을 뿐 아니라 그 검증 자료 일체를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했다. 국민검증단 내 검증팀은 김 여사가 쓴 모든 논문을 검증했고, 나아가 그 결과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문서로 작성해 발표했다. 검증단에서 검증 자료를 만들고, 언론 문건들을 작성하며, 발표 장소[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를 섭외하는 등의 모든 과정은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검증단의 검증 회의 모습(20220821)


검증단의 검증 회의 모습(20220902)
범학계 국민검증단 발표장면(20220906)

검증단의 노력으로 김 여사의 표절 문제는 학계와 정치권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으로 크게 확산됐다. 19대 총선 때 만연했던 수많은 표절 논란들이 해당 국회위원의 당선과 더불어 정치적 면죄부를 받으면서 있었던 둥 없었던 둥 잊혔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번 표절 논란은 김 여사의 부정직성과 기관의 비도덕성 문제로 번지며 계속 커지고 있다. 이로써 한국 사회는 ‘몰따’[=표절]가 하나의 ‘나쁜 관행(慣行)’이라는 ‘좁고 낡은’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그것이 매우 심각한 범죄이자 악행이라는 ‘발전된 열린 문화’로 나아가는 ‘문턱넘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표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전문가 집단인 대학과 학회가 침묵해 왔기 때문이다. 침묵(沈默)은 입 다물기의 결과이다. 현재 학계에 재갈을 물리는 힘은 ‘시스템 폭력’이다. 국민대의 ‘검증 시스템’을 비틀고 뒤틀어 버린 힘은 어떤 외부 권력이라기보다는 국민대 총장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이권 카르텔에 있다. 그들은 마치 시스템 마피아처럼 의사결정의 권력을 두 손에 움켜쥔 채 ‘그들 자신의 이권’을 위해 서로 짜고 치는 보이지 않는 악행을 저질렀다.


오늘날 대학의 위기는, 한 마디로 말해, 대학 내 정책 결정권자들이 ‘시스템 깡패’처럼 시스템에 갖춰진 모든 의사 결정을 장악한 뒤 대학의 모든 판단을 자신들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짬짜미로 해 나가면서도 그 부당한 최종 결과를 비공개라는 방패막이로 숨길 수 있는 비민주성에서 비롯된다. 이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 시스템 악행이 바로 그 시스템 자체를 통해 정당화되는 기형적으로 뒤틀린 구조가 짜인 것이다. 학문 세계의 시스템이 ‘모두’의 이권이 아닌 ‘그들’의 이권을 위해 돌아갈 수 있는 한, 몇 사람의 카르텔만으로도 학문 세계가 붕괴될 위험이 초래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 대학의 위기는 대학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떨어졌다는 데 있다. 대학이 진리와 지식을 위해 헌신하거나 희생하기보다 돈벌이와 명예를 위해, 달리 말해, 몇 사람끼리의 이권의 카르텔을 위해 기회주의적 변신을 더욱 가속화한다면, 대학은 더 큰 사회적 불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학 내 우월적 지위를 가진 몇 사람이 시스템의 빈틈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비밀스러운 짬짜미 협약을 맺으며 ‘시스템 악행’을 저지르는 일이 거듭 일어나고 있다.


김 여사의 표절 악행이 처벌되기는커녕 정당화되는 믿기 힘든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한국의 대학 현실은 대학이 스스로의 종말을 앞당기는 ‘자살골 넣기’와 같다. 논문의 지도교수, 대학본부의 집행부, 의사결정 위원회 위원 등처럼 대학 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갑질 횡포가 근절되지 않는 한 ‘표절 악행’과 같은 단순한 ‘시스템 악행’은 언제 어디에서나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대학의 근본 이권인 ‘학위’가 가진 명예와 권위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격이 될 것이다.


하나의 시스템이란 없다. 표절 검증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것은 이미 표절 범람이 일어났고,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문 붕괴가 시작됐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검증 시스템이 내부적으로 올바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러한 ‘내부의 오작동’은 외부의 개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우리가 시스템 악행을 바로잡는 일은, 사람이 고장 난 심장을 고치기 위해서 그 자신의 잘못된 생활 습관까지 함께 바로잡는 게 필요한 것처럼, 악행의 원인이 되는 시스템뿐 아니라 그것과 서로 연결된 모든 시스템을 더불어 바로 세울 때만 가능하다.



1) 구연상, 「김건희 박사학위논문의 국민대 표절 검증의 문제점 비판과 '표절'의 뜻매김」, 2022. 8. 5. 닻줄: https://www.youtube.com/watch?v=4THYYInElno&t=2664s


2) 박규리 기자, 「국민대 총장 "논문 재조사한 윤리위 판단 존중돼야"」, 연합뉴스, 2022-08-08, 닻줄: https://www.yna.co.kr/view/AKR20220808140200004?site=mapping_related


3) 과학기술부훈령 제236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2007. 2. 8., 제정 및 시행.


4)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의혹 검증결과 대국민보고대회 자료」, 20220906. 닻줄: http://kaup.or.kr/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232




구연상(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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