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존재론을 되묻다』 리뷰: x의 존재론을 향한 치열한 공성전 / 김원식

나는 x의 존재론을 알지 못한다. 한 가지 일관된 물음에 평생을 몰두해 온 노철학자 박동환이 쌓아 올린 드높은 사유의 성채는 손쉬운 조망을 결코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생 우주의 탄생과 소멸을 배경으로 지구의 생명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의 숙명을 고도의 추상을 통해 기호화 하는 사변적 성찰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장구한 동서양 철학사 전체를 가로지르며 그것들을 범주화 하고 상대화 하는 작업(3표론)을 따라가기만으로도 버겁지만 x의 존재론은 전통적인 철학의 울타리 또한 이미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 성찰의 내용이 우주물리학과 계통발생 및 개체발생의 생물학, 고고 유전학과 인류학, 사회학 분야의 논의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x의 존재론은 오늘날의 인문학이라는 학문적 울타리를 넘어 아리스토텔레스적인 학제적 연구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나로서는 그저 학부와 대학원 시절 수강했던 박동환 교수의 강의에 대한 오래된 희미한 기억을 통해서 그 문제의식의 출발점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의 x의 존재론이 6.25 전쟁의 폐허 시대에 대한 절절한 체험에서 기원하였다는 점, 한반도의 주변자적 운명을 출발점으로 삼아 동양과 서양의 기존 철학사가 가지는 패권 모두를 상대화 하고 있다는 점, 주변자의 폐허 체험을 바탕으로 모든 기성 철학의 한계를 돌파하고 진정한 보편을 찾고자 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 이러한 철학적 반성의 노고가 비로소 x의 존재론이라는 사유의 성채를 드높이 쌓아올렸으리라 가늠해 볼 뿐이다.


『x의 존재론을 되묻다』(사월의책, 2021)는 나에게 x의 존재론이라는 드높은 사유의 성채를 조망하기 위한 망루를 확보하려는 그야말로 치열한 공성전의 장면을 내게 연상시켰다. 드높은 사유의 성채를 제대로 조망하려면 성채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가장 높은 망루를 반드시 먼저 확보해야만 한다. 이 책의 여러 필진들은 그 망루에 오르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들이 갈고닦은 자신만의 거대한 사다리를 드높이 펼쳐 올린다.


신비주의에 대한 깊은 통찰, 서양 철학사와 서양 현대철학에 관한 폭넓은 반성들, 한국어와 한국철학의 정체성에 대한 그간의 모색, 인류학적 연구 성과, 원효 사상과의 비교 연구, 현대예술의 현장에 대한 철학적 통찰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필자들은 x의 존재론을 조망하기 위한 망루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사다리를 망루를 향해 펼쳐 올린다. 집필에 참여한 대부분의 필자들이 x의 존재론이라는 사유의 성채가 지어지는 오랜 시간을 가까이서 함께 하고 때로는 조력해왔던 분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필자들의 이러한 오랜 분투들이야말로 x의 존재론이라는 성채를 가능하게 했을 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2부 설명과 답변들을 보노라면 x 존재론의 성주인 노철학자는 오랜 동학들이 갈고 닦아온 이러한 사다리들을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매몰차게 밀쳐내며 망루에 오르기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기존 철학의 언어나 사유 스타일에 갇히거나 특정 문제의식이나 지평에만 갇혀서는 결코 x 존재론의 성채를 제대로 조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랜 시간 하나의 문제의식을 공유해 온 철학자들 사이의 보기 드문 치열한 공성전을 연출한다. 망루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만의 사다리를 펼쳐 올리는 자들과 사다리를 밀쳐내려는 자, 오랜 스승과 제자들 사이의 보기 드문 치열한 싸움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x의 존재론이라는 성채의 입구에 들어서기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뿐이다.


장구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대지의 어딘가에 발을 딛고 창공을 바라보는 철학자의 사유의 숙명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았던 이들이라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탈)근거 물음에 직면하게 되는 철학적 사유의 운명적 책임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동서양 철학과 문명의 변방인 한국에서 철학함이란 과연 무엇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자문해 본 이들이라면, 이 치열한 공성전의 장면에 대한 관람을 꼭 추천해 보고 싶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위기는 미지(未知)의 X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영화적 재난서사를 실시간으로 재현하고 있다.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해 볼 때도 ‘인류세’와 ‘여섯 번째의 멸종’을 염두에 두고 있는 x의 존재론이 던지는 질문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x의 존재론은 6.25 전쟁이라는 폐허의 시대에 대한 당대의 체험을 그 사유의 기점으로 나아가서는 철학사적 개벽의 기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성의 모든 철학적 사유에 대한 거부와 x 존재론의 새로운 모색은 바로 그 고유한 한반도적 폐허의 체험에서 시작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이후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의 폐허 시대는 반복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아직도 불안하고 위태로운 정전체제 속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의 흔적 속에서 살고 있다.


핵과 첨단전력이 맞서는 안보 딜레마 상황이 심화되고 있고, 6.25 전쟁을 통해 공고해졌던 냉전시대의 귀환이 운위되고 있다. x의 존재론이라는 성채의 입구를 찾지 못한 채 주변을 배회할 뿐이지만 나는 책을 덮으며 6.25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x의 존재론이 오늘 우리가 갈망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던져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다


김원식(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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